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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올 것이 오고 있다, 너무 빠른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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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투자 '한국 탈출' 사상 최대…외국인 국내 투자는 급감
    숨통 죄는 규제, 치솟는 비용…"한국에서 어떻게 사업하나"
    일자리·기술도 함께 해외 유출…"이대로 두면 더 빨라질 것"
    ‘설마’하던 국내 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증가세가 확연해지고 있다. 반대로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썰물처럼 줄어들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1분기 해외 직접투자 동향’과 한국은행이 집계한 ‘1분기 국내 전체 투자동향’은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우리나라의 ‘투자환경 성적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올 1분기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141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7억4000만달러)보다 44.9% 늘었다. 분기별 통계치를 내기 시작한 1981년 이래 가장 많은 액수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신고 금액 기준)는 1분기 31억7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35.7% 줄었다.

    이들 통계는 한국이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대상 국가로 마뜩잖은 존재가 돼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되는 건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 대규모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인도에 공장을 짓고 하반기부터 가동한다. SK이노베이션은 1조1396억원을 투자해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2위 냉동식품업체를 약 2조원에 인수했다.

    대규모 해외 투자 자체는 문제 삼을 게 아니다. 글로벌 분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적합한 곳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대자동차는 1996년 이후 국내가 아닌 해외에만 공장을 지었다. 주요 수출 시장 맞춤형 생산 등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소기업들마저 앞다퉈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액이 35억3500만달러(약 4조1900억원)로, 이 기간 전체 해외 투자(141억1000만달러)의 4분의 1에 달했다. 기존 최대치인 지난해 3분기(28억3400만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대 기록이다.

    주시해야 할 것은 이런 ‘투자 해외 유출’이 국내에서의 온갖 규제와 과도한 비용 상승 등 제도·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대차가 해외에만 공장을 짓는 데는 역대 정부의 노동조합 과보호로 인해 ‘고비용 저효율’대명사처럼 돼 버린 국내 생산성 급락도 크게 작용했다. 최근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숨막히는 규제를 피해 외국에서 둥지를 틀려는 ‘해외 망명형 투자’가 늘고 있다. 네이버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우리나라 경제 기반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1분기 전체 투자(총고정자본형성) 금액이 131조2000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8.5% 줄었다는 한은 통계가 그런 현실을 일깨워준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17.4%나 쪼그라들었다는 게 특히 심각하다. 제 나라 기업들마저 해외로 등을 떠미는 나라에 외국인들이 돈을 들고 사업하러 오겠다고 할 리 없다.

    한국의 투자 매력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해외로 떠난다는 건 자본뿐 아니라 일자리와 기술도 함께 빠져나가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투자 부진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소비 둔화와 경기 침체의 연쇄작용을 일으켜 투자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사실은 국내외에서의 숱한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기업들의 투자 이탈은 무엇보다도 국내 사업 환경에 대한 냉정한 ‘투표’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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