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는 앞으로 5만원 이하를 결제하는 거래에는 원칙적으로 종이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 “영수증을 달라”고 요구하는 소비자에게만 출력해준다. 결제 알림 문자메시지가 보편화했고, 5만원 이하 거래엔 서명조차 생략하는 만큼 종이 영수증이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KB국민카드의 ‘매출전표 선택적 발급제’는 다음달 시범 운영을 시작해 내년 1월 모든 가맹점에 도입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연간 20억 장 이상 발급되는 회원용 매출전표 중 최대 90%(18억 장)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거래와 간편결제가 대세인 요즘 종이 영수증은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 결제에 따른 영수증 발급 건수는 2015년 102억 건에서 지난해 128억 건으로 3년 새 25% 늘었다. 발급 비용은 같은 기간 488억원에서 560억원으로 14.7% 불어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이 영수증은 휴지통으로 직행한다. 한 장 발행할 때마다 7원 안팎을 부담하는 카드사들이 종이 영수증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는 배경이다.

전자 영수증의 형태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3일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전자 영수증 발행 기능을 선보였다. 카드 결제 시 종이 영수증과 같은 형태의 전자 영수증이 발급되며 취소 전표 등도 모두 남는다. 일·월별 내역을 종합하거나 특정 카드사 영수증만 모아 볼 수 있어 관리가 편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신한카드에 이어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도 조만간 카카오페이와 연동할 예정이다.

카드를 긁으면 통상 매장용과 회원용 두 장의 영수증이 자동 발급된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재화나 용역을 판매할 때 즉시 영수증을 발급하도록 하는데, 관행적으로 종이로만 이뤄졌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영수증을 전자적 방식으로 교부하면 종이로 출력하지 않거나 출력 후 교부하지 않더라도 법 위반이 아니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아예 법을 바꿔 다양한 발급 방식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제도 보완이 이뤄지면 전자 영수증 보급이 탄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금융사 자체 앱(응용프로그램)의 푸시(알림) 기능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개발비와 홍보비가 들지만 장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으로 영수증을 보내면 소비자는 편리하지만 비용이 건당 5~6원 들어 종이 영수증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