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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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30% 넘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베이징 1공장 가동 중단 등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고정비용을 줄여 수익성 회복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월 중국 시장에서 3만7200대(도매 기준)를 팔았다. 전년 동월 대비 38.4% 급감했다. 이 기간 시장 점유율은 3.3%에서 0.9%포인트 내린 2.4%로 집계됐다.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3월(6만1027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4월에는 5만23대 팔리는 데 그쳤다.

기아차는 5월 한 달 동안 2만1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30.0% 뒷걸음질 쳤다. 시장 점유율은 0.2%포인트 떨어진 1.4%였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지난 3월 3만805대까지 판매가 증가한 이후 그 다음달 2만3266대 등으로 판매 실적이 고꾸라졌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줄어든 중국 판매량을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크게 인기를 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이렇다 할 ‘베스트셀링카’를 내놓지 못해 쓴맛을 봤다.

그 사이 중국 현지 업체들은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무기로 신차를 잇달아 내놓고 입지를 다졌다. ‘짝퉁차’란 이미지는 옛말이 됐다. 순수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 기술도 다양하다.

현대차는 ‘신차’와 ‘구조조정’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1~3공장 직원 중 일부를 내보내고 1공장 가동을 멈췄다. 고정비용을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지난 4월에는 ‘2019 상하이모터쇼’를 통해 현지 전용 SUV인 신형 ix25 등을 내놨다. ix25는 2014년 출시된 뒤 37만 대 팔려 실적 버팀목으로 꼽힌다.

기아차의 중국 합작사 둥펑위에다기아도 장쑤성 옌청 1공장 문을 닫고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했다. 인도 시장 진출 확대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외부적 환경 때문에 세계 최대 규모라는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인도 브라질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시장의 승용차 판매량은 154만2000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16.9% 감소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째 자동차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는 쌓인 재고와 배기가스 규제 강화 등이 시장 위축을 가져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