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사진=연합뉴스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범행에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혈액 조사에서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지만 정밀 검사를 통해 피해자인 전 남편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졸피뎀'은 고유정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어 있던 피해자의 혈액에서 검출됐다.

애초 국과수에서는 혈액이 미량이어서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견이었으나 정밀 재감정을 통해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음을 밝혀냈다.

경찰은 그동안 피해자의 키가 180cm에 몸무게 80kg이었고, 고유정은 키 160cm에 몸무게 50kg으로 체격과 체력의 차이가 큰 데 어떻게 혼자서 제압했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아 약물 사용을 의심해왔다.

고유정은 또 범행 전 산 물품 중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환불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줬다.

경찰은 졸피뎀을 감기 때문에 범행 전날 구입했다는 고유정의 진술이 신빙성이 적다고 보고 구입경로와 범행 사용 시기 등을 추가조사하고 있다.

고유정이 범행 수법과 동기에 대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가운데 범행 전 구매했다가 사용 안 한 물품을 환불받은 CCTV도 공개됐다.

영상에는 범행 사흘 뒤 제주 시내 마트로 직접 가서 태연하게 표백제 일부 등을 환불받는 고유정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시신 옆에 두었던 것이라 찝찝해 환불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안 한 범행도구 환불받는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사용 안 한 범행도구 환불받는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고유정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종량제 봉투30장, 표백제, 고무장갑 등을 구입했다. 흉기는 청주시 자택에서 발견됐다.

이후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범행 이틀 뒤인 같은 달 27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피해자 휴대전화로 알리바이를 꾸미는 조작 문자를 자신에게 전송했다. 휴대전화는 고씨 차량에서 나왔다.

이튿날 오후 늦게 완도행 여객선을 탄 고유정은 큰 가방에 담아간 피해자 시신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배 위에서 해상에 버렸다. 선박 CCTV 영상에는 고씨가 약 7분가량 봉투에 담긴 물체를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찍혀있다.

경찰은 고씨가 주문한 전기톱을 이용해 피해자 시신을 추가 훼손해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곳에서 훼손한 피해자의 뼛조각으로 보이는 사람뼈가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업체서 발견돼 경찰은 DNA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유정은 사건 초기 전 남편이 자신을 덥치려다 실패해 도주한 것처럼 완전범죄를 노렸다.

조작문자 내용이 '성폭행 하려한 것 미안하다. 고소는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인 것도 마치 자신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이에 실패하자 잠적한 것으로 보여지게 하려 했던 것.

시신을 잔혹하게 유기한 극악무도한 고유정의 행적이 드러나자 네티즌들은 시신을 훼손한 정도가 2012년 오원춘 사건 때보다 더 잔인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사건은 2012년 4월 경기도 수원에서 조선족 오원춘이 귀가 중이던 2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훼손한 사건이다. 피해 여성이 112에 신고해 범행 장소를 알려줬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800m 떨어진 장소를 탐색해 범행을 막지 못했다. 당시 소극 대응이 논란이 돼 경찰 11명이 징계를 받았으며 오원춘은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피해자 유족은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유정의 엄벌도 요청했다.

한편 경찰은 11일 고유정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12일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 남편 36살 강모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