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새벽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빵집에 도둑이 들었다. 경찰 신고를 위해 CCTV를 확인한 빵집 주인은 어이없는 도둑의 모습에 허탈한 웃음을 지어야 했다.
가게에 들어온 도둑이 돈을 가져가지 않고 되려 빵 하나를 들고 나가 문 앞에서 열심히 먹는 모습이 CCTV에 담겨있었기 때문.
도둑이 선택한 첫 빵은 머핀이었다. 머핀을 가지고 가게 외부로 가서 먹은 도둑은 다시 진열대로 돌아와 몇 개를 더 들고 가서 먹었다.
뿐만 아니라 진열장에 있는 케이크 또한 신중히 골라 먹었다.
이후 다시 돌아온 도둑은 양손에 하나씩 케이크 두 조각을 들고 '먹방'을 펼쳤다. 무려 4시간 동안 빵을 먹은 도둑은 그제서야 돈 30여만 원을 챙겨 나갔다. CCTV를 확인한 빵집 주인은 '도둑 픽(Pick)'이라며 도둑이 먹고 간 제품을들 공개했다.
빵집 주인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도둑이 돈보다 빵 한번 먹고 4번 리필해서 먹는 건 처음 보고 들어보는 상황이라 경찰 분들도 어이없어 하신다"라며 "돈은 또 벌면 되는거고 케이크 또한 남은 것이라 화가 나거나 속상하지는 않다. 저희 빵을 참 맛나게 드셔줘서 감사 하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도둑픽은 다 밀가루, 설탕도 안들어가고 탄수화물이 일반 빵에 비해 10배 낮다. 자랑이 아니라 그래서 당뇨식"이라며 "도둑님이 저탄수화물 빵만 엄청 드셨다. 달달한 것 좋아하시면 절대 사드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저희 빵은 아토피, 당뇨 등 저희 빵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정성 다해 만들었지만 품절되어 구매가 어려운 분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밀가루, 우유, 달걀, 설탕 먹어도 건강한 분이라면 더 맛있는 빵 드시는 걸 추천드린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주인은 도둑 덕분에 300만 원 어치 홍보 효과를 봤다면서 자수하면 선처하고 케이크를 또 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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