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위주로 형성됐던 가상화폐 시장에 글로벌 대기업이 합류했다.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기업이 주로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최근 금전거래나 상품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발행을 준비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페이스북이 미 선물거래위원회(CFTC)와 가상화폐 발행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미 재무부에도 가상화폐 개발 현황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는 페이스북 광고 영상 등에 폭넓게 쓰일 전망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광고를 본 뒤 가상화폐를 받아 물건을 구매하는 데 이용한다. 기업은 이용자들이 낸 가상화폐로 광고대금을 치를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계획을 ‘프로젝트 리브라’라는 코드명으로 1년 이상 준비해왔다. 여기에는 비자·마스터카드를 비롯한 기존 신용카드 업체와 결제정보회사 퍼스트데이터, 각종 전자상거래기업 등이 참여했다.

페이스북은 약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페이스북 가상화폐의 가치를 보전하는 데 쓰인다. 급격한 가격 변동을 최대한 줄인다는 목적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블록체인 스타트업 체인스페이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블록체인 담당 부서를 신설한 데 따른 후속 작업이다. 페이스북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개발센터에 블록체인 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암호화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도 가상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두 차례의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17억달러(약 2조원)를 모집했다. 이 자금을 텔레그램의 전용 가상화폐 ‘그램’ 개발에 투입했다. 텔레그램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기존 블록체인보다 거래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램은 결제 및 개인 간(P2P) 거래에 주로 쓰인다. 메인 블록체인인 ‘톤’은 탈중앙화 플랫폼이나 네트워크 서비스 구현에 적용할 예정이다. 톤과 그램은 이르면 오는 3분기 출시한다.

글로벌 SNS기업이 가상화폐 발행에 나선 것은 이미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한 데다 SNS를 기반으로 구축할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SNS 기반 가상화폐는 각종 거래와 송금은 기본이고, 플랫폼 안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파생 서비스에 폭넓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 국내 기업 카카오도 가상화폐 발행을 마쳤거나 준비 중이다. 라인은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 ‘링크체인’을 선보이고 여기에서 쓸 수 있는 링크를 발행했다. 링크는 라인의 메신저 서비스와 라인이 일본에서 전개할 각종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링크체인에 소속된 다른 플랫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한다.

카카오는 이달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정식 출시한다. 클레이튼 기반으로 운영되는 34종의 디앱(DApp: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은 3~4분기 선보일 예정이다. 이 중 14종은 해외 업체와의 제휴를 완료한 글로벌 서비스다.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클레이’도 발행한다. 카카오톡 안에서 쓰일 전망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