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세상을 바꾼 발명가들
고대 로마 유적지를 조사하던 고고학자들이 한 저택의 벽 사이에서 의문의 수로를 발견했다. 화재에 대비한 시설은 아니었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이 수로가 여름철 물을 통과시켜 건물의 열을 식히는 냉방장치였다는 게 밝혀졌다. 이 원리는 현대의 기계식 에어컨을 발명하는 데에 그대로 활용됐다.

에어컨을 발명한 사람은 미국 뉴욕의 기계 회사에서 일하던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였다. 그는 무더위 속에서 인쇄기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다가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열을 흡수한다’는 점에 착안해 1906년 에어컨 특허를 등록했다. 이후 에어컨은 가정용 냉장고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각광받았다.

자동 세탁기는 1908년 미국인 알바 피셔가 발명했다. 그는 전기 모터로 드럼통을 돌리고 빨래가 뭉치지 않는 기능도 제공했다. 그러나 모터가 바깥에 있어 불편하고 위험했다. 얼마 후 캐나다 기업 비티 브라더스의 연구원들이 이 단점을 극복하고 세탁통 중앙에 날개를 단 제품을 선보였다.

이들은 대부분 생활 속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필요에 의해 발명을 시작했다. 전자레인지를 발명한 미국의 퍼시 스펜서도 진공관에서 나오는 극초단파 때문에 주머니 속의 초콜릿이 녹는 현상을 보고 즉석 음식조리기를 개발했다.

이들은 발명을 통해 인류 문명의 역사를 바꿨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백열전구·축음기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이 모두 그렇다. 각국 과학자들은 이들의 업적을 기려 ‘발명가의 날’을 제정했다. 미국은 ‘발명왕’ 에디슨의 생일인 2월 11일을 발명가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독일은 영화 ‘삼손과 데릴라’의 주연 여배우인 헤디 라마의 생일(11월 9일)을 택했다. 그녀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의 기초가 되는 무선보안 신호체계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영실이 1442년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발명한 날(5월 19일)을 기린다.

그제 열린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는 24년간 세탁기를 연구해 온 김동원 LG전자 연구위원이 ‘올해의 발명왕’으로 뽑혔다. 그는 트롬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결합한 트롬트윈워시, 신개념 의류관리기인 트롬스타일러 등 1000여 개의 발명 특허를 갖고 있다.

그가 ‘세상에 없던 가전’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현실적인 수요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과 협업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접목한 LG전자의 기업문화였다고 한다. 이제는 세상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바꾸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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