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신용카드 해외 사용금액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해외 출국자가 늘고 해외에서 사용하는 카드 개수도 증가했지만 전체 사용 금액은 7.8% 줄었다. 여행 성향이 근거리 저가 여행 중심으로 바뀐 데다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서 해외 씀씀이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올 1분기 국내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이 4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전분기에 비해서는 3.3%,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7.8% 줄었다.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직불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합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분기(15.9% 감소) 후 처음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매 분기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26.1%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하반기 들어 한 자릿수로 감소했고 올해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 출국자가 786만 명으로 사상 최대였는데 주로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객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씀씀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거주자들이 해외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수는 계속 증가해 올 1분기 역대 최다인 1686만 장에 달했다. 이 역시 카드별로 각종 포인트와 할인 여부를 따져 결제하려는 알뜰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관광객 등 비거주자의 카드 국내 사용실적은 21억5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분기보다는 15.1% 줄었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3.9% 늘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