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본주의 vs 사회주의…국가의 富는 선택에 달렸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살고 있지만 과세 확대와 각종 기업 규제 등 많은 면에서 국가 통제를 받는다. 금융 및 자본시장 개혁, 복지 확대, 부동산 규제 등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짜 경제 위기를 부르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독일 역사학자 라이너 지텔만이 쓴 《부유한 자본주의 가난한 사회주의》는 역사적 통찰을 통해 자본주의가 지금 이 시대에도 왜 강조돼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세계 경제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7개 지역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국가의 부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 결정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중국부터 이야기한다. 중국이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된 가장 큰 요인으로 ‘사회주의 내 시장경제적 요소 도입’을 꼽는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은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으로 나타난 대기근과 무고한 국민의 희생을 끊는 결정적 단초가 됐다고 강조한다. 아프리카에선 강대국 원조와 천연자원에 의존하며 독재를 일삼던 나라들이 결국 기근에 시달리는 최빈국으로 추락한 반면 천연자원은 부족했지만 투자친화적 시장정책을 정착시킨 르완다는 남아프리카 경제 중심국으로 올라섰음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남미 국가 중에선 칠레와 베네수엘라 상황을 꺼내든다. 시장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의 영향을 받은 경제학자 집단인 ‘시카고 보이즈’가 주도한 칠레의 경제개혁 정책은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안착시키는 출발점이 됐다. 반면 최근 하이퍼인플레이션, 경제 몰락, 정치 탄압 등 온갖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 실험의 실패로 역사에 기록됐다.

책에서 눈길을 잡는 대목은 ‘시장은 김일성보다 똑똑했다’는 도발적 부제를 단 한국과 북한의 이야기다. 자본주의라는 경제시스템을 선택한 한국과 김일성에 의해 세워진 북한을 극명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북한은 사회주의에 국수주의와 지도자 우상화가 결합된 비효율적 경제 체제에 묶여 이데올로기 의식, 군사훈련, 무기 생산에 헛되이 투자하며 추락을 자초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발적 경제 유인을 만들지 못하고 선전·선동에 의해 추진된 북한식 경제 개혁의 말로는 처참했다. 이와 달리 한국의 경제적 부흥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도입도 주효했지만 그 안에 우리 국민의 근면성과 교육열 등 특유의 문화적 가치가 함께 이룩한 성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여러 나라의 성공과 실패를 소개하며 “경제적 자유가 있는 나라가 더 잘산다”는 교훈을 알려준다. 시장경제 개혁으로 경제적 자유가 확산될수록 대다수 시민과 경제주체들이 경제번영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국 “자본주의가 경제를 살린다”고 역설한다. 그는 “자본주의는 하루아침에 처방 하나로 도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임의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경제질서라는 점에서 수십 년에 걸쳐 아래로부터의 임의적 성장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지금의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 위기가 원인이 아니라 국가와 각종 금융기관의 개입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자본주의 고유의 ‘자기치유력’을 이해할 줄 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