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원내대표의 ‘호프(맥주) 회동’에 이어 원내수석부대표들이 21일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각 당의 ‘명분 찾기’ 기싸움이라면서도 이번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여야 대치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나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나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는 이날 정양석 자유한국당·이동섭 바른미래당 수석부대표와 회동 후 “한국당의 합의문 초안을 받았는데 황당할 정도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선이어야 하는데 그 선을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합의문 초안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 및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라는 요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 내 강경파를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역제안에 따라 5월 임시국회 소집 일정을 잡으려던 여당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민주당은 이달 27일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30일 본회의, 다음달 11~12일께 추가경정예산안 본회의 통과 등의 일정을 제시했지만 한국당의 무리한 요구에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원욱 수석부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나 고소·고발 취하는 안 된다고 처음부터 얘기했지만 (한국당이) 다시 원점에서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만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에 대한 유감 표명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과거 방식에 연연하지 않고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나부터 역지사지 자세로 야당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상정 과정에서 배제된 한국당에 국회 복귀 명분을 주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호프 회동 결과를 묻는 질문에 “지난달 29일 국회 파행이 시작됐으니 한 달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했다. 이달 29일을 전후해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데 여야 교섭단체 3당이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국회 파행이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추가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