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의 귀빈 만찬과 개회식 리셉션에 국내 한 중소기업이 생산한 차(茶)가 테이블에 올랐다. 티젠이 선보인 ‘평창의 향기’다. 강원 평창 발왕산에서 자란 야생 수국과 국화, 6개 대륙에서 채취한 허브를 넣어 만들었다. 티젠의 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한·미 퍼스트레이디의 차담회에서도 쓰였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향이 참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설록과 동서식품에 이어 국내 차업계 3위인 티젠이 최근 주력 신제품을 내놓고 세계 차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과 샴푸 등 새로운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김종태 티젠 대표가 신제품 콤부차를  소개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김종태 티젠 대표가 신제품 콤부차를 소개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

김종태 티젠 대표는 미국 출장을 갔다가 유기농 마트에서 콤부차(kombucha)를 접했다. 콤부차는 녹차나 홍차에 설탕과 유익균,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차 음료다.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이 만들어지고 찻잎에서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나온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음료’로 인기다.

‘이거다’ 싶었던 김 대표는 콤부차 개발에 매달렸고 국내 최초로 분말 형태 콤부차를 최근 출시했다. 한 포에 열량이 15㎈에 불과하다. 탄산수에 넣어 마시거나 병에 물과 함께 섞어 마시면 된다. 김 대표는 “기존 콤부차는 유리병 포장 형태라 불편했는데 이 점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티젠은 콤부차를 비롯해 말차(抹茶) 레몬에이드, 히비스커스, 콜드브루티 등 찬 음료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등 뜨거운 차를 음미하며 마시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며 “시원한 차 음료에 주력하는 ‘아이스(ic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 차 시장은 1조원 규모로 11조7000억원인 커피 시장에 비해 작다. 하지만 차의 카페인 함유량이 커피의 6분의 1에 그치는 등 장점이 많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세계적인 차 전문회사로

티젠은 사업 저변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사내 연구소에서 스트레스 완화 기능, 탈모 예방, 장 건강, 다이어트 효과 등이 있는 다양한 기능성 원료 및 제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탈모 예방용 샴푸는 내년에 출시한다. 김 대표는 “기능성 원료 제조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 등으로 올해 매출 220억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티젠은 매출의 5%를 연구에 투자한다.

가루형 콤부차와 말차 레몬에이드 등 특색있는 제품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좋은 원료와 뛰어난 가공 능력, 연구개발 등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세계적인 차 전문회사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회사명 티젠은 ‘다선(茶禪)’을 영어 브랜드로 만든 것이다. 전남 해남의 유기농 녹차다원 약 20만㎡를 비롯해 제주와 전남 보성에 다원을 운영하는 등 가루녹차 생산 분야에선 국내 1위다. 김 대표는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출신으로 연구소에서 설록차 연구와 상품 개발을 하면서 차에 매료돼 2001년 티젠을 설립했다. 한국차중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안양=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