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원은 국가별 비례대표제로 선출된다. 28개 회원국별로 치러지는 투표에서 득표율이 높은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 식이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는 점은 같지만 구체적인 투표 방식은 다르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에선 유권자가 선호 정당만 선택한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와 스웨덴,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의 유권자는 정당뿐 아니라 선호 후보도 고른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선 후보의 우선순위까지 표기한다.

獨·英·佛은 선호 정당만…이탈리아·스웨덴서는 후보까지 뽑아
의석 수도 차이가 난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이 전체 751석 중 96석을 가져간다. 다음으로 프랑스가 74석, 영국과 이탈리아가 각각 73석이다. 이어 스페인(54석) 폴란드(51석) 네덜란드(26석) 벨기에(21석) 등의 순이다. 에스토니아 키프로스 룩셈부르크 몰타 4개국이 국가별 하한선인 6석을 차지하고 있다.

투표일도 각기 다르다. 유럽연합(EU) 탈퇴를 추진 중인 영국이 네덜란드와 함께 오는 23일 가장 먼저 선거를 치른다. 아일랜드(24일)와 체코(24~25일) 슬로바키아(25일) 라트비아(25일)가 뒤를 잇는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26일을 투표일로 잡았다.

유럽의회는 한때 ‘이빨 없는 호랑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의회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실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권한을 강화하면서 현재는 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와 함께 EU 핵심기구로 자리잡았다. 일반적인 입법부의 고유 권한인 법안 발의권은 유럽의회가 아니라 집행위에 있지만, 유럽의회는 EU 정상회의(유럽이사회)와 함께 입법안을 수정·거부할 수 있는 ‘공동 결정권’을 쥐고 있다. 리스본조약 발효 이후 공동 결정권 범위가 단일시장 정책, 환경, 소비자 보호 등에서 이민과 농수산, 사법 분야로 확대되면서 유럽의회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EU 기구를 감독하고 예산안 심의도 한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