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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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주한 유럽 대사들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경영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경총은 15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단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고 한국 노동문제 현황과 사회적 대화 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주한 EU, 독일, 프랑스, 영국 등 21개 EU 회원국의 대사·부대사 24명이 참석했다. 경총 회장단에선 손 회장과 백우석 OCI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동석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EU가 요구하고 있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산업별 노조가 자리잡은 유럽과 달리 한국은 기업별 노조 중심 체제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와 제도,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게 된다면 기업들의 노사관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ILO 핵심협약은 기본협약 87조 결사의 자유(해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총 4개 조항이다. EU는 한국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분쟁 해결 절차를 시작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측과 사측 위원을 제외한 공익위원들이 지난달 비준 권고안을 제시했고, 이후 논의는 경사노위 운영위원회로 이관됐다.

경총 등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동조합의 단결권만 확대되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힘의 균형을 세우기 위해선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선진국 노동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요구다. 반면 노동계에선 ILO 핵심협약 비준을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손 회장은 “앞으로 협력적 노사관계 조성을 위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노사 대타협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