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3년 차를 맞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강하게 주문하며 국정 기강 잡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까지는 큰 틀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며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지시했다. 취임 2주년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는 청와대 전 직원에게 생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 영상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생중계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 영상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생중계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이제 성과로 평가받아야”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세로 다시금 각오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며 “이제는 정책이 국민의 삶 속으로 녹아들어가 내 삶이 나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께 앞으로 3년을 다짐하며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더 많은 희망을 주고 더 밝은 미래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지시사항을 폭넓게 공유하기 위해 생중계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사회를 향해서도 “정부 출범 당시의 초심과 열정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 중반기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정 운영의 동력을 다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가장 높은 곳에 국민이 있다. 평가자도 국민”이라며 “국민이 대통령임을 명심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임기 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담겼다고 보고 있다.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되는 임기 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지난 만큼 ‘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1년 남짓 남은 총선을 앞두고 하반기부터 정국이 ‘총선 모드’에 들어갈 경우 정책 성과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 시간적 여유가 길지 않은 상황이다.

靑·공직사회 긴장감 불어넣기

문 대통령은 위기감이 높아질 때마다 영상회의 방식을 택해왔다. 지난해 말 수보회의에서는 “더 엄격한 윤리적, 도덕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처신은 물론 언행조차 조심해야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면 청와대에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선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시기였다.

이날 영상 수보회의에 앞서 청와대 직원을 상대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을 공유하는 워크숍도 열렸다. 윤종원 경제수석은 경제수석실 전 직원을 상대로 최근 특별 워크숍을 열었다. 본인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인 포용국가의 틀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자리였다.

청와대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정책 성과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는 비서관실별로 홍보해야 하는 ‘좋은 지표’를 취합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잘한 것은 최대한 소상히 국민께 알리자는 취지”라며 “아울러 나쁜 지표도 취합해 교훈으로 삼자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향해서도 작심 비판

문 대통령은 이날 정치권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매우 안타깝다”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고 발언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렸으면 한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야 공방으로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 국정 성과를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성과를 내는 청와대, 소통하고 경청하는 청와대, 절제와 규율의 청와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실장은 “‘춘풍추상(春風秋霜)’이 사무실 액자 속의 경구가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현장에서 살아있는 지침이 되길 바란다”며 “신발끈을 조이자”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