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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결정장애'에 빠진 정부, 비판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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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또다시 ‘결정 장애’에 빠졌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 내놓겠다던 주세법 개편안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것이다. 현행 종가세(가격에 과세)를 종량세(알코올 도수·양에 과세)로 바꾸려는 결정을 6개월 새 벌써 세 번째 미뤘다. 술값이 오를 것이란 비판여론과 주류업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의식한 탓이다.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면서 ‘50년 만의 주세 개편’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주세 개편이 자꾸 꼬이는 것은 그 자체가 한꺼번에 풀기 힘든 고차방정식이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의 역차별 해소, 소줏값 인상 불가, 경쟁을 통한 고급화 유도 등 지향 목표가 모두 제약요인인 셈이다. 또 종량세에 따라 ‘리터당 OOO원’식으로 세금이 고정되면 술값이 인상돼도 세수가 늘지 않고, 세금 인상 시 매번 세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도 있다. 정부가 결단을 미룰수록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가 쉽사리 통과시켜 줄지 의문이다.

    정부의 ‘결정 장애’는 이뿐이 아니다. 책임져야 할 결정을 기피하고 사회적 합의를 명분삼아 위원회로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현행 유지’를 포함한 사지선다로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던져둔 채 아무 진전이 없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도 경사노위로 넘겼지만 갈등을 키우고 시간만 허비했다. 국가교육위원회로 넘어간 대입제도 개편안은 다음 정권에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기상천외한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 한쪽이 유리하면 다른 한쪽은 불리할 수 있다. 최선의 대안을 찾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게 정부 역할이자 의무다. 논란이 많다고 정부가 마냥 결정을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정책당국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을 감수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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