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법제화 기다리다간 늦어…공유 모빌리티 실험 계속할 것"
이재웅 쏘카 대표(사진)가 공유 모빌리티(이동수단) 라인업을 완성했다. 차량 공유 플랫폼(쏘카), 승차 공유 플랫폼(타다, 풀러스)에 이어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일레클)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쏘카가 지분 투자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일레클은 8일 서울대 고려대 등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범 운영하는 전동킥보드는 150대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단거리 이동수단)는 매일 고정적인 통학 이동 수요가 있는 데다 캠퍼스 내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는 대학생이 많이 이용할 것이란 점을 겨냥했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게 이목을 끈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트업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 이 대표의 직선적이고 저돌적인 스타일이 결합된 결과로 본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빠르게 성장하는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우버’와 같다”고 평가했다.
이재웅 "법제화 기다리다간 늦어…공유 모빌리티 실험 계속할 것"
우회보다는 정면승부

이 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모빌리티 신사업을 위한 법제화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해보지 않고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 같은 우회로도 존재하지만 실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다른 분야에서도 정면승부를 고집한다. 택시업계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승차 공유 서비스인 타다와 풀러스를 중단 없이 운영하고 있다. ‘타다 프리미엄’ 등 새로운 서비스도 예고했다. 타다 프리미엄은 승합차 대신 택시를 활용한다. 기존 타다는 11인승 승합차가 ‘카풀 금지’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해 내놓은 승차 공유 서비스로 미국 우버와 영업방식이 똑같다.

소비자들은 그의 행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다가 택시 대항마로서의 입지를 굳히면서 50만 명이 넘는 회원이 모였다. 이 대표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그만큼 가까워진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신중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실무진이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을 검토하며 시장을 관찰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동킥보드와 관련해 면허제도를 따로 둘지, 자전거도로를 사용하게 할지 등 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카카오T 카풀 서비스를 내놨으나 택시업계의 반발에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안과 함께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신 플랫폼 택시라는 대안을 내놓으며 택시업계와 손을 잡았다. 타고솔루션즈와 함께 선보인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블루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도 박차

이 대표는 공유 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를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대상으로 바꿔야 환경과 도시 문제를 풀 수 있다”며 “해외 투자자와 언론을 만날 때마다 우리 모델이 차량 소유를 줄이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모빌리티 실험이 끝나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며 해외 진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자율주행차도 이 대표의 희망목록에 들어 있다. 쏘카는 지난해부터 라이드플럭스, 폴라리언트 등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다른 한편으론 관련 기술을 사모으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을 때부터 “2030년이면 우리나라 택시가 모두 자율주행 택시로 바뀐다”고 주장해왔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