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향후 수년간 OLED TV 계획 없다"
세계 1위 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업계 예상과 달리 앞으로 상당 기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양산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이런 방침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OLED 설비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TV 시장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진영과 LG, 소니의 OLED TV 진영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QLED로 ‘초대형 TV 전략’ 고수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7일 “삼성은 8K QLED TV와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 등 두 가지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향후 수년간 OLED TV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QLED TV의 디자인과 성능이 매년 혁신된 덕분에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내년 미국 CES(가전전시회)에서도 혁신적인 QLED TV를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LCD(액정표시장치)를 기반으로 한 QLED TV 판매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OLED TV에 대한 삼성 경영진의 관심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QLED TV 판매량이 지난해 두 배 수준인 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시장조사기관 예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QLED TV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IHS마킷은 세계 QLED TV 판매량이 올해 460만 대를 기록한 뒤 2022년에는 10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OLED 투자도 늦춰

삼성전자의 TV 전략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대형 OLED TV 패널은 손을 놓고 있었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 탓에 TV용 LCD 패널 수익성이 급락하자 지난해부터 OLED TV용 패널 생산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퀀텀닷 기반의 OLED 디스플레이(QD-OLED) 설비 투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했다. 시장에서도 “충남 아산의 LCD패널 라인을 올 8월 폐쇄한 뒤 QD-OLED 라인으로 전환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 양산에 나설 것”(IHS마킷)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OLED TV 양산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자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진도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 경영진도 장기적으로는 OLED TV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다. TV에 별도 광원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소재 특성 때문에 제품 디자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율이나 번인 현상(화면에 잔상이 남는 것) 등의 부작용이 완전히 해결된 뒤 OLED 패널을 사용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을 양산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세계 1위 업체가 납품처를 가릴 이유는 없다”며 “선발주자인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좋다면 그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OLED

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화합물 소자를 활용해 만든 디스플레이 장치. LCD(액정표시장치)와 달리 빛을 내기 위한 별도의 광원이 필요 없어 제품 두께를 얇게 할 수 있다.

■QLED

quantum dot light-emitting diodes. 빛의 파장에 따라 다른 색상을 내는 반도체 소재인 퀀텀닷을 LCD 패널에 부착한 디스플레이. OLED보다 수명이 길지만 빛을 내기 위한 광원이 필요하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