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경기 화성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선포식’에서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원대한 목표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이 기업 현장을 찾아 투자를 응원하고 기업인은 열심히 달려나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처럼의 화기애애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사업장 방문과 신사업에 대한 격려는 현 정부가 그동안 대기업들과 거리를 둬 온 모습과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은 현 정부의 대표적 ‘기업 때리기’ 대상이라는 말을 듣는 터다. 검찰은 지난해에만 11차례 삼성 계열사를 압수 수색했다. 정부 여당 일각에서 대통령의 삼성전자 사업장 방문을 만류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삼성전자 행사장을 방문해 격려의 말을 쏟아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시스템 반도체가 미래차, 바이오헬스케어와 함께 정부가 집중 육성하려는 3대 산업 중 하나라는 사실도 작용했을 것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쇼크의 영향도 의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중요한 것은 기업 투자를 늘려 경제에 생기가 돌게 만들고 일자리도 늘리는 일이다. 대통령이 기업 현장에서 직접 투자 독려에 나섰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다른 기업과 업종 현장도 찾아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등을 두드려주는 시간을 더 많이 내기 바란다. 지금 기업인들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다. 할 말은 많은데도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지경이다.

이런 기업인들에게 대통령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기업과 기업인들을 향해 일관성 있고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할 것이다. 그게 경제는 물론 정부도 살리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