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대 빈그룹, 통신 스캔들에 휩쓸려 '발칵'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 창업주의 친동생이 일명 ‘통신 스캔들’에 휩쓸려 구속됐다. 베트남에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전 총리의 딸 등이 얽힌 대형 스캔들에 빈그룹 회장 일가까지 연루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수사당국은 최근 베트남 최고 부자인 팜느엇브엉 회장의 친동생인 팜느엇부 전 AVG 회장(사진)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베트남 경찰은 팜느엇부 전 회장이 민간 유료 TV서비스 업체인 AVG를 베트남 국영 이동통신사 모비폰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혐의는 작년 베트남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통신 스캔들’을 조사하다가 나온 추가 혐의다.

모비폰은 2015년 AVG 지분 95%를 8조9000만동(약 4500억원)에 사들였다. 베트남 공산당 조사위원회는 모비폰의 AVG 매입 과정에서 책임자들이 인수가격 등 세부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국고에 큰 손실을 줬다고 판단했다. 전직 정보통신부 장관 두 명 등 고위 공무원과 모비폰 경영진들이 줄줄이 재판장에 섰다.

최근 응우옌떤중 전 베트남 총리의 딸이 이 사건과 연관됐다는 게 밝혀지면서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다. 전 총리의 딸 응우옌탄푸옹은 AVG 인수 당시 매각주관사였던 VCSC증권 이사회 의장으로 VCSC 지분 4.14%(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 스캔들에 빈그룹 회장 일가까지 엮이면서 베트남 경제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빈그룹은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돈을 벌어 유통업, 스마트폰·자동차 제조업 등에 진출했다. 베트남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수사에선 빈그룹과 ‘통신 스캔들’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팜느엇부 전 회장은 팜느엇브엉 회장에게 친동생 이상의 사업 동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팜느엇브엉 회장이 과거 우크라이나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고, 형과 고국인 베트남으로 돌아와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독자적으로 미디어 분야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베트남 정부는 2016년부터 시작한 반부패 운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경제법 위반 혐의로 딘라탕 전 페트로베트남 회장이 징역 13년형을, 찐쑤안 전 페트로베트남건설 회장이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받았다. 한때 ‘노동영웅’으로 칭송받았던 츠엉반뚜엔 전 비나신(현 베트남조선산업총공사) 회장도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