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에서 대출 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월례행사처럼 찾아오던 야근에서 해방됐다. A씨는 매달 말 담보대출이 이뤄진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찾아 입력해야 했다. 대출자들의 연말정산에 꼭 필요한 일이라지만 지루한 단순 반복 업무였다. 지난해 10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가 도입되면서 이런 ‘잡일’이 사라졌다. 컴퓨터가 공시가격을 대신 확인해 전산에 모두 입력해 주고 있다.

삼성생명은 RPA 도입 6개월 만에 50여 개 업무에 적용돼 연간 2만4000시간을 절약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17일 소개했다. RPA는 사무실의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정보기술(IT) 솔루션이다. 직원들이 창의적인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할 수 있어 여러 업종에서 주목받고 있다.

A씨가 맡았던 아파트 담보대출 기준시가 조회·입력 업무에서는 자동화를 통해 연간 1800시간을 절감한 것으로 삼성생명은 추산했다. 콜센터의 상담사별 고객만족도 결과 전달 업무에서 연 1700시간, 단체보험 추가가입 청약 업무에서 연 1500시간 등을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측은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들자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RPA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추가 운영인력을 뽑아 2개월 과정의 역량 교육을 하고 있다. 이상호 삼성생명 상무는 “RPA를 활용하는 업무를 올해 100개, 2021년 600개까지 늘려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