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올해 주주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매년 1000억원 이상 흑자를 냈지만 작년엔 22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이사회가 무(無)배당을 결의한 것은 2010년 증시 상장 이후 처음이다. 공기업 실적 악화는 이처럼 정부의 배당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들 실적 나빠지자 無배당…배당금 수입 줄어 정부 '부메랑'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총 36개의 정부 출자기관 중 올해 배당이 가능한 곳은 21곳으로 집계됐다. 전년(25곳) 대비 4곳 감소한 수치다.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관광공사 한국방송공사 등 6곳이 적자로 전환해서다.

배당 가능 공기업들의 배당성향은 31.3%로, 당초 올해 중기 목표(37.0%) 대비 5.7%포인트 낮아졌다. 이에 따라 정부 출자기관들의 배당액도 줄었다. 올해 총 1조4283억원으로, 전년(1조8060억원) 대비 3777억원 감소했다. 정부 배당금은 이달 말 국고로 수납된다.

정부 출자기관 중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지분법 평가이익(2조원)을 본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상당한 수익을 내는 금융 공기업이 포함됐다. 그런데도 올해 주주 배당이 줄어든 것은 공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공공성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과 서민금융·주거 지원, 환경 및 안전 투자 등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공기업의 배당 여력을 줄인 것”이라며 “정부 출자기관들이 경제활력 투자 과제를 정상적으로 이행하는지 분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적자가 누적돼 배당이 줄면 소액주주는 물론 대주주인 정부도 세입이 감소하게 된다. 복지나 교육, 국방 등에 써야 할 예산을 축소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기업 실적 악화는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기업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금융공기업 제외)은 23.6%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기업 부채 통계를 잡는 영국 일본 캐나다 등 7개국 평균(10.7%)의 두 배를 웃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공기업 부채가 GDP의 30%에 가까워지면서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경고 신호를 보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