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에 ‘반도체 학과’가 새로 생긴다. 반도체업계의 고질적인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톱 클래스 대학들과 손잡고 직접 ‘반도체 인재’를 키우기로 했다. 인재 양성을 통해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리면 지금처럼 반도체 시황이 나빠지더라도 실적 하락폭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SKY'에 반도체학과 생긴다
26일 교육계와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해당 대학들과 협의하고 있다. ‘계약학과’란 대학이 기업과 계약을 맺고 개설·운영하는 학과다. 기업이 장학금과 학과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생을 채용하는 구조다. 현재 검토 중인 학생 수는 대학 한 곳당 50~100명 정도다.

경제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재 운영하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모델을 다른 대학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계약학과는 ‘정원 외 선발’인 만큼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확대 금지 규제와 무관하게 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들 대학에 신설되는 반도체 학과에 입학한 학생 모두에게 4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입사도 보장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신 졸업 후 곧바로 연구소 또는 생산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학과 수업을 반도체 이론 및 실무 위주로 짤 계획이다. 교수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현직 박사급 연구원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동으로 계약학과를 설립할지, 각 기업과 대학을 1 대 1로 매칭할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가 직접 학과 설립에 나선 건 그만큼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반도체를 전공한 교수가 부족해 국내에서는 학과 개설 자체가 어렵다. 산업현장에 반도체 전공자가 거의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증설에 나선 것도 인력난을 부추겼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반도체 계약학과 설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오상헌/장현주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