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고 있다. 지난 22일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한때 3개월물 수익률보다 낮아진 게 특히 공포를 키웠다. 경기 침체 전조로 읽히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각국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글로벌 시장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로서는 ‘R의 공포’가 얼마나 갈지, 또 지역에 따라 어떤 불확실성을 몰고 올지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금리 역전 현상을 침체의 전조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자산 축소 종료와 함께 국채 매입계획을 밝힌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 선회에 따른 일시적 현상” “미국의 성장·고용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란 해석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디스 평가대로 미국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우려가 지나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미국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다른 지역들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앞으로 미 국채 수요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은 곧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주 북미 지역의 경우 채권펀드에 77억달러, 주식형펀드에 65억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유럽, 아시아, 신흥국 등의 경우 주식형 펀드에서는 모두 돈이 빠졌다.

이런 흐름이 글로벌 투자기관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시그널이라면 국가별 위기 대응 능력에 따라 그 여파는 달리 나타날 것이다. 가뜩이나 경기 하강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또 하나의 악재와 싸워야 한다. 최근의 수출 부진, 고용의 질 악화 등과 함께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투자 부진 등 가뜩이나 어려운 실물부문 침체를 더욱 깊게 할 우려가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ODI)를 뺀 순외국인투자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는 FDI마저 등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부도위험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이것만 믿고 위기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경기 동행·선행지수가 8개월째 동반 하락하고 있다. 국내 우량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라도 가세하면 상황은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지난 주말 뉴욕증시 폭락과 관련해 임직원들 앞으로 “위기는 언제든 미소 띤 얼굴로 찾아온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 경제당국이 유념해야 할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