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명저] "평정심 갖고 이성의 명령에 귀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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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다시 읽는 명저] "평정심 갖고 이성의 명령에 귀 기울여라"](https://img.hankyung.com/photo/201903/AA.19208630.1.jpg)
로마제국 제16대 황제이자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를 칭송할 때 흔히 언급되는 말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네르바(재위 96~98), 트라야누스(98~117), 하드리아누스(117~138), 안토니우스 피우스(138~161)와 함께 로마제국 5현제(五賢帝)로 꼽힌다. 서양인에겐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이상적인 지배자로 꼽았던 ‘철인(哲人) 황제’의 표상으로 존경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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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명저] "평정심 갖고 이성의 명령에 귀 기울여라"](https://img.hankyung.com/photo/201903/AA.19208618.1.jpg)
아우렐리우스는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戰場)에서 당시 교양어였던 그리스어로 삶에 대한 고뇌와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을 수시로 남겼다. 그렇게 모인 짧은 글이 후대에 모여 ‘스토아철학의 정수(精髓)’라고 평가받는 《명상록》이 됐다. 그리스어 원제목은 《자기 자신에게(Ta eis heauton)》였지만, 영미권에서 《명상록(Meditations)》으로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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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철학에 따르면 모든 욕심을 벗어던져야 행복에 이른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다. 성공과 명성, 부귀영화는 허무하고 덧없다. 《명상록》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 무한한 우주와 영원한 시간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관조한다. 그런 관조의 결과가 “인간은 ‘선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강력한 윤리적 명령이다.
“수만 년을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죽음은 항상 너의 머리 위에 머물고 있다. 잠시 후면 너는 모든 것을 잊을 것이다. 잠시 후면 모든 것이 너를 잊게 될 것이다. 인생은 찰나에 머무는 먼지와 같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짧고,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지구의 한 모퉁이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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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우스는 ‘운명 결정론’을 신봉했지만 수동적인 운명론자는 아니었다. 인생이 어떤 식으로 결론 지어지더라도 인간의 노력과 ‘자유의지’는 숭고하다고 강조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내 인생만큼은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나의 시선으로 살아갈 자유가 있다. 변화도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의 나’를 뜯어고칠 때 변화가 일어난다. 삶을 개선하는 방법은 ‘익숙한 나’와 결별하는 것이다. 얻고자 하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때로는 불편함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우렐리우스는 행복을 얻으려면 감정의 기복을 피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정에 둔해지고, 감정을 끌어들이지 않고,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 삶은 평온해진다.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방법은 감정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감정은 발이 없다. 감정을 일으켜 세우는 건 자기 자신이다. 숨쉬는 동안 평정을 유지하고 이성의 명령에 따라 선(善)을 행하라.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내린 지상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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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철학자 황제’도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늘 자신을 경계하고 채찍질했지만 자식에게만은 엄격하지 못했다. 아들 대신 현명한 사람을 황제로 삼는 아우렐리우스 이전 4현제(四賢帝)의 관례를 어겨가며 자신의 아들 콤모두스를 후계자로 삼았다. 로마는 네로에 비견되는 폭군 콤모두스가 피살된 뒤 군인들의 반란이 빈번했던 ‘군인 황제시대(235~284)’에 빠져들었다. 49년간 반란을 통해 황제에 오른 사람만 25명이었다. ‘철인 황제’로 칭송받는 아우렐리우스가 정작 제국의 몰락을 앞당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절대권력자인 황제가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자신을 반성했던 진지한 삶의 자세는 시공을 초월해 인류가 본받을 만하다. 시간이 흘러도 “늘 경계하며 부족함을 이겨내려 했던 한 인간의 치열한 몸부림인 《명상록》의 가치는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