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2012년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를 계기로 2013년 만들어진 법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취지에는 여야가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았다.

기업 불만 쏟아져도…"유예기간 5년이나 있었다"는 환경부
법안은 한정애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뒤 한 달(32일) 만에 ‘초고속’으로 통과됐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낸 기업에 매출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4월 5일 법안이 처음 발의됐을 때 과징금 규모는 ‘매출의 50% 이상’이었다. 왜 매출의 50%를 과징금으로 매기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후 4월 23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과징금 규모는 ‘매출의 50% 이하’로, 다음날인 24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선 ‘매출의 10%’로 조정됐다.

공을 넘겨 받은 법제사법위원회는 다시 과징금을 매출의 5%로 줄였다. 여야 의원이나 소관부처인 환경부는 환노위와 법사위에 과징금 부과 근거가 될 수 있는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이 법 내용을 환노위와 법사위에서 논의한 시간은 172분에 불과했다.

화관법은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 부처들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여러 차례 화관법 관련 애로사항을 들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수도권·충청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자지원 카라반’이 대표적이다. 당시 기업들은 화관법 때문에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가스 누출 감지 센서 등 안전 설비를 갖췄을 때에는 화관법을 지킨 것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이에 환경부는 “검사 인력 증원을 통해 검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정도의 미봉책을 내놨다.

별다른 해결책 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화관법은 올해 산업계의 ‘태풍’이 됐다. 2015년 이전에 설립한 공장들에 대한 안전 검사 유예기간이 올해 말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2015년 이전에 설립한 공장들도 화관법 소급 적용을 받게 된다. 환경부는 소급 적용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소방법도 소급 적용되지 않아 안전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2015년 이전에 설립한 공장에 강화된 화관법 기준을 소급 적용하지 않을 경우 환경과 주민에 대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유예기간이 5년이나 있었던 만큼 큰 폭의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