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시름시름 앓는 중국 경제…전인대 이후 불확실성 더 커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15일 폐막했다. 미·중 통상협상이 계속되는 와중에 열린 전인대였다. 그 어느 때보다 중국의 고민이 읽히는 대회였다. 중국은 28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 성장을 보인 상황에서 감세를 펴고 경기를 부양시키려 하고 있다.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 경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경제 성장에 한계가 노정된다. 하지만 국내 소비가 줄어들고 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인데도 시진핑 정권은 일대일로를 펼치고 중국몽을 얘기한다. 중국의 불투명함은 갈수록 심해지는 마당이다.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중국의 가쁜 숨소리가 갈수록 가깝게 들린다.

전인대는 지난 5일 리커창 총리의 경제활동 업무보고로 시작했다. 리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6.6%로 발표했다.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는 ‘리스크’(風險)라는 단어를 24차례나 언급했다. ‘곤란’이라는 단어도 14차례 인용했다. 2년 전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수십 차례 강조한 것과 천양지차다. 그는 얼굴에 줄기차게 흐르는 땀을 수십 차례나 닦아내기도 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그가 연설하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보고서 책자를 뒤적이지도 않고 굳은 표정만 지었다. 그만큼 중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광경이었다. 시 주석이 이미 ‘블랙스완’이나 ‘회색 코뿔소’라는 금융 용어를 쓰면서 경제 위기를 경고해왔던 터다. 15일 폐막 때까지 전인대에 찬바람이 계속됐던 건 물론이다.

중국의 경제 위기는 물론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소비나 고용이 줄고 있고 경상수지마저 내리막길이다. 내년쯤 경상수지가 적자로 내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빈부 양극화와 도농 간 양극화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도 채 안 된 상황에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1만5000달러 시대에 고령화를 맞은 한국과 크게 비견된다.
[뉴스의 맥] 시름시름 앓는 중국 경제…전인대 이후 불확실성 더 커져
리커창 '리스크'만 24차례 언급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거나 퇴보하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우려가 제기된 마당이다. 이런 불안감이 중국인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게다가 미국과 무역분쟁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 주석이 ‘신창타이(新常態)’라며 독자적인 중국 경제 정책을 자랑한 게 엊그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 대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 전인대는 이런 현실과 중국인들의 좌절감을 보여주고 있다.

전인대에서 리 총리는 경기 안정을 위해 제조업에서 3%포인트, 교통운수업 건축업에서 1%포인트 세율을 낮추는 감세 정책을 편다고 발표했다. 사회보장비 가운데 양로보험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비율도 20%에서 16%로 낮췄다. 감세정책으로 2조위안(약 340조원)에 가까운 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재정 지출 또한 지난해 2조3800억위안에서 2조7800억위안으로 대폭 늘렸다. 리 총리는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기준금리도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보고에선 특히 고용우선정책이 거론됐다. 도시와 농촌, 산업 간 고용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이들 모두 단기간에 국내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거시정책이다.

감세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 소비를 활성화하는 조치를 냈지만 정작 소비 목표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소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증거다. 중국인들의 소비는 2017년 기준 GDP 대비 39%로 전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소비 진작 정책의 한계 노정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워낙에 주택가격이 높아 일반 서민들은 소득의 평균 37%를 부동산이나 주택 관련 경비에 쏟아붓고 있다”며 “소비가 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부양책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도한 재정 지출과 금융완화가 구조조정을 연기해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정책이 상정한 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면 경기가 쇠퇴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제조 2025'도 여전히 갈등 소지

이미 지난해부터 공식 문서에는 차세대 중국 기술발전 전략인 ‘중국제조 2025’가 쓰이지 않고 있다. 대신 스마트 제조산업의 발전이나 제조업 혁신 프로젝트,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 등이 마련됐다. 신흥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모바일 기지국을 확대해 5세대(5G) 통신의 상용화를 꾀하는 내용이 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 중요 기술을 각 분야로 분산시킨다면 그만큼 거대한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국 측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또 산업정책에서 ‘경쟁상의 중립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유기업을 민간 기업이나 외자계 기업보다 우대하는 정책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보고서에서 “자본과 자원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넣어야 한다”며 국내 제조업 지원을 우회해 적시하고 있다. 제조 2025의 명칭은 사라졌지만 중국이 결코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무엇보다 권력의 불투명성이 이번 전인대에서 엿보였다. 지난해 전인대에서 등장한 시진핑 1인 체제 강화에 대한 역풍이 불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지난 1월 시 주석의 지지세력을 자처했던 ‘홍이대(紅二代·고급 간부 자제들)’ 회의에서 “시 주석이 구조개혁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측근만을 기용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왔다”는 소식도 있다. 행정부의 목소리를 전하는 리 총리와 시 주석의 관계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서민 경제가 나빠지고 부채가 악화되는데 시 주석은 일대일로 정책에 매달려 외국을 부지런히 방문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방문해 일대일로 정책을 설파하고 있다.

절대 권력, 경제에 큰 걸림돌

정작 중국 경제는 악화되고 차이나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 미·중 간 무역협상도 간단하게 끝날 일이 아니라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오래전부터 수출이 먹여 살리는 구조였다.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았던 나라다. 단기간에 경제 구조를 전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시아의 영향도 이런 관계 속에서 해석된다.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한국과 일본의 대중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지금 중국은 정치체제가 만드는 시장왜곡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등 구조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