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회사의 ‘한국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계 금융회사는 한국 거점을 대부분 서울에 두고 있는데 한국 사업을 정리하면서 서울이 ‘외국 금융사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맥쿼리은행은 이달 말 서울지점 폐쇄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증권 업무를 맡아 온 직원들은 맥쿼리증권에 흡수되지만, 외환(FX) 거래와 원화 대출 등의 서비스는 증권으로 이관되지 않아 중단된다. 앞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등도 서울지점을 폐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은행 국내 지점 수는 작년 6월 말 45개로 5년 전(56개)보다 11개 줄었다. 외은 지점은 1993년 74개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등 돌린 외국계 금융사 중 상당수가 투자은행(IB)이다. 한국 기업 등을 대상으로 투자은행 업무를 하기 위해 진출했으나 시장이 커지지 않으면서 접은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외파생상품 수요가 크게 줄면서 외국 IB의 일감이 많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한국에서도 저금리가 이어지며 외국에서 조달한 자금을 한국 시장에 투입해 내는 수익이 줄어든 것도 한국을 떠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소매금융을 시도했던 금융사들도 국내 금융회사에 밀려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2013년 7월 한국 HSBC은행은 소매금융부문을 철수하고 11개 지점 중 10개 지점의 문을 닫았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역시 2014년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매각했다. 한국씨티은행도 2017년 126개 점포 중 90곳을 통폐합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