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를 복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 8일이 지났지만 청와대가 침묵을 지키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는 바가 없다”는 게 공식 답변이다. 미국 정보당국이 잇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언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청와대의 ‘동창리 대응’은 ‘2·28 하노이 결렬’ 이후 우리 정부가 처한 모호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맹 관계인 미국의 북한 정보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독자적으로 대북 정보를 수집하는 데도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 채널조차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북한 정보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제기된 결정적인 계기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통일부는 회담 직전까지도 북한이 미국에 정확히 무엇을 요구할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13일 “하노이에서 미·북 실무진이 의제 협상을 할 때 북한이 사실상의 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알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한 경협 재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향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1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15개국의 승인을 받아 공개한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보고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북제재위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전문가 패널의 관찰 및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북한 영변의 5㎿ 원자로가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영변 원자로는 지난해 말부터 가동이 중단됐다”고 말한 것과 ‘팩트’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유엔의 보고서와 국정원의 보고는 시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한·미 간에 긴밀한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동창리 발사대 복구에 관해서도 한·미 간 인식의 격차가 크다. 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6일 동창리 발사대 복구를 증명하는 위성사진을 공개한 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2일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CNN 등 미 언론은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사일이나 위성용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반면 정부는 동창리와 관련해 “하노이 회담 이전부터 복구 움직임이 있던 것으로 국제사찰단이 들어올 경우에 대비한 이벤트용 시설 복구”라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외형적인 시설은 복구가 거의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으나, 기능적인 복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미 언론의 보도를 정면 반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정부의 대북 정보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교류단체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 비공식 대화 채널조차 닫혀 있는 상태”라며 “국정원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공조가 무너지면서 ‘대북 첩보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전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미 정보당국의 대북 첩보를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타임스가 CIA(중앙정보국) 등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무기 6개 분량의 핵물질을 생산했다고 보도한 것을 반박하면서 한 말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