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성숙한 시민의식 보여줘…일부 시민 격앙 반응도
"구속하라" 시민 구호 속에 전두환 광주법원 출석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광주지법 출석은 다소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전 씨를 태운 검은색 에쿠스 차량은 이날 낮 12시 34분 광주지법 쪽문을 통과했다.

전 씨는 점심까지 거르고 시속 150㎞ 넘는 속도로 달려 재판 시작 시각보다 2시간 가량 일찍 도착했다.

당초 오는 길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취재진이 몰려들자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법정 대기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전 씨의 이동 경로에 인간 띠 잇기 평화시위를 하려고 했던 5월 단체의 계획은 무산으로 돌아갔다.

전 씨의 차량이 나타나자 미리 법원 쪽문 입구 주변에 모여있던 일부 시민들은 '감옥이나 가라'거나 '구속해라' 등 고함을 외치며 다소 격양됐다.

하지만 이들은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약속에 따라 계란을 던지는 등의 물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며 성숙한 시민의 자세를 유지했다.

오히려 경찰 병력이 법원 주변을 빼곡히 둘러싸 인간 띠를 만들어 출입을 통제했다.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전 씨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곳곳에서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구속하라" 시민 구호 속에 전두환 광주법원 출석
일부 방송사에서는 헬기까지 동원해 전 씨의 출석 모습을 촬영하는 등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차에서 내린 전 씨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느릿한 동작으로 법정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전 씨는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취재진과 이를 제지하는 경호원이 뒤엉키며 몸이 밀쳐지고 '발포명령'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전씨는 "이거 왜 이래"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전 씨의 자취가 사라진 뒤에도 시민들은 법원 주변에 모여 "전두환을 구속하라" "전두환은 사죄하라" 등을 외쳤다.

일부는 '국민의 명령이다.

전두환은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법원 곳곳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법원 바로 앞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도 점심시간이 된 초등학생들이 창문을 열고 "전두환은 물러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 참여한 양수영(23)씨는 "많은 광주시민들이 눈 뜨고 지켜보고 있다"며 "자신의 잘못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