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된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회담이 무산된 지 8일 만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일본을 비난하는 ‘고약한 섬나라 족속들은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지난달 27~28일 열린 하노이 회담이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여론’을 앞세워 미국에 회담 결렬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신문은 “이번 하노이에서 진행된 제2차 조미수뇌(미·북 정상)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내외는, 회담이 뜻밖에도 합의문 없이 끝난 데 대해 미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며 아쉬움과 탄식을 금치 못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온 세계가 조선반도에서의 평화 과정이 순조롭게 흐르고 조미 관계가 하루속히 개선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며 “유독 일본 반동들만은 마치 고대하던 희소식이라도 접한 듯 박수를 쳐대며 얄밉게 놀아대고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신문의 이런 보도는 외국을 오가는 북한 주민들이 증가한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사실을 숨기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에서도 이번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 완화에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을 직접 비난하지 않고 일본을 비난하는 우회로를 택하면서 향후 미·북 협상 재개를 비롯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앞으로 하노이 회담 결렬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위와 지도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논리와 명분을 만들어 주민에게 선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