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걷히고 수도권이 미세먼지 ‘보통’ 수준을 회복한 7일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일대 하늘이 푸른빛을 띠고 있다(오른쪽). 전날 오후 같은 곳에서 바라본 잿빛 하늘(왼쪽)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8일 미세먼지 농도는 세종 충북 전북이 ‘나쁨’, 그 밖의 지역은 ‘보통’으로 예보됐다.
경기도 전 지역을 뒤덮고 있던 미세먼지가 서서히 걷히면서 도내 먼지 주의보가 대부분 해제됐다.경기도는 지난 6일부터 7일 오후까지 도내에 내려진 초미세먼지(PM 2.5)·미세먼지(PM 10) 주의보를 대부분 해제했다.7일 오후 9시 기준 도내에 발령 중인 먼지 주의보는 남부권(용인, 평택, 안성, 이천, 여주)의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유일하다.앞서 경기도는 지난 4일부터 전역이 초미세·미세먼지로 뒤덮이면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경보로 격상된 바 있다.초미세먼지 주의보는 권역별 평균 농도가 2시간 이상 75㎍/㎥ 이상일 때, 경보는 2시간 이상 150㎍/㎥ 이상일 때 내려진다.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로 작아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까지 그대로 침투하기 때문에 미세먼지보다 인체에 해롭다./연합뉴스
중국발(發)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2~3년 내 464기에 달하는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이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78기)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중국 동부 지역에 집중 건설될 예정이어서 환경 영향에 대한 한·중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7일 국제 비영리 환경연구단체인 콜스웜에 따르면 중국에서 25만9000㎿ 용량의 석탄발전소가 건설 중이거나 허가를 받은 상태다. 원자력발전으로 따지면 259기에 해당하는 발전 용량이다.중국은 98만2264㎿ 규모의 석탄발전소(896곳·2927기)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2위인 미국(25만9478㎿)보다 약 4배 많다. 중국이 예정대로 신규 석탄발전소를 완공하면 전체 설비 용량은 125만㎿ 이상으로, 지금보다 약 26% 증가할 것이란 게 콜스웜의 설명이다.크리스틴 시어러 콜스웜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애초 2020년까지 전국 석탄발전소의 최대 용량을 110만㎿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이 짓고 있다”며 “2000년 이후 새로 건설된 세계 석탄발전소의 70%를 중국이 차지했다”고 지적했다.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우리나라엔 비상이 걸렸다. 추가 건설되는 석탄발전소의 절반가량이 산업화 진행 속도가 빠른 중국 동부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전체 전력 생산의 70%를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쉽게 줄이지 못할 것”이라며 “한·중 간 협의를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中, 공사 중인 석탄발전만 263기…그 중 절반은 한반도 '바로 옆'“미세먼지가 심할 때 석탄화력발전을 감축하고 경유차 운행을 제한한다는데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비행기로 불과 1~2시간 거리에 있는 중국 동부지역에 발전소를 왕창 짓고 있는데….”(환경연구기관 관계자)중국이 당초 발표했던 ‘5개년 에너지 계획’(2016~2020년)과 달리 석탄화력발전소를 훨씬 많이 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석탄발전소의 설비 용량을 최대 110만㎿로 억제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현재 짓고 있거나 건설 허가(예비허가 포함)를 내준 곳을 포함하면 총 125만㎿ 이상에 달한다. 특히 산업화 속도가 빠른 동부지역에 집중 건설하면서 인접한 한국이 최대 환경 피해국이 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중국, 세계 신규 발전소 70%국제 환경연구단체인 콜스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18년 동안 세계 석탄발전소 설비 용량의 70% 이상을 중국이 자국 내에 건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화력과 같은 값싼 전력 생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내 석탄발전 용량은 총 98만2264㎿로, 미국(25만9478㎿) 인도(22만670㎿)의 약 4배다. 일본(4만5568㎿) 한국(3만7064㎿)과 비교하면 30배 안팎 많은 수치다.중국은 지금도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 매년 한국의 전체 석탄발전 용량보다 많은 4만~5만㎿ 규모의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는 2927기로 한국(78기)의 약 38배에 달한다. 공사 중인 석탄발전소만 263기(계획된 곳 포함하면 464기)에 달한다는 게 콜스웜 측 설명이다. 인도(866기) 인도네시아(144기) 일본(136기) 등보다 훨씬 많다. 반면 미국은 석탄발전소를 아예 짓지 않고 있다.문제는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국 동부지역의 석탄발전소 비중이 워낙 높다는 점이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산둥성에서만 총 8만9904㎿ 용량의 발전소가 돌고 있다. 또 1만850㎿의 새 발전소가 조만간 새로 가동된다. 이어 네이멍구자치구(8만180㎿) 장쑤성(7만6553㎿) 허난성(6만2565㎿) 산시성(5만8062㎿) 등 한국 공기질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동부지역에 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다. 국내 에너지기관 관계자는 “중국 동부지역의 석탄발전소 비중이 전체의 50~60%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들 지역 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서풍을 타고 반나절 만에 한반도를 덮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20년 후에도 큰 변화 없을 것”이런 영향으로 20여 년 후에도 중국 석탄발전에 따른 ‘미세먼지 재앙’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일 “2040년 세계 석탄 수요가 재작년 53억5700만tce(석탄환산톤: 석탄 1t 연소 때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소폭 늘어난 54억tce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한국과 일본, 유럽 등에선 석탄 소비가 줄겠지만 인도 등 신흥아시아 국가들의 수요가 늘면서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중국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및 신재생발전소 건설을 늘리고 있지만 석탄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지금도 세계에서 소비되는 석탄의 25%는 중국의 전력 생산에 사용될 정도로 비중이 높다. 2017년 기준 중국 내 석탄 수요가 27억5300만tce였는데, 2040년에는 23억9500만tce로 약 13%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란 게 IEA 측 분석이다. 연평균 감소율이 0.6%에 그치는 셈이다.대규모 석탄발전에 따른 중국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상당하다. 콜스웜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한 해 동안 약 4억t의 CO2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석탄발전 비중이 70%에 달하는 중국에서 원전이나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로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같은 역내국인 일본과도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골프장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라운드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하기도 하고, 또 동반 플레이어들도 크게 신경 안 써서요.”지난 주말 수도권 골프장을 다녀온 A씨(32)의 말이다. 미세먼지 대란이 1주일을 넘겼지만 대표적 야외 레저스포츠인 골프는 마치 ‘무풍지대’인 듯한 모습이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 덕분이다. 올 들어 골프장을 찾는 손님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당장은 높은 기온이 미세먼지를 누른 셈이다.골프 예약 거래 국내 1위인 골프예약사이트 엑스골프(XGOLF)에 따르면 지난달 필드 예약은 총 2만47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3005건)보다 90% 가까이 늘어났다. 1월에는 1만8504건을 예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9087건)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미세먼지 공습 속에서 공교롭게도 손님이 늘어난 주된 요인은 포근해진 날씨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평균 기온은 1.3도로, 평년(0.6도)보다 높았다. 특히 지난달(2.4도)은 평년(1.1도)에 비해 1.3도나 더 따뜻했다. 게다가 눈비가 오는 날도 적었다. 수도권 B골프장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포근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골퍼들이 일찍 필드로 나오고 있다”며 “미세먼지가 심각하지만 이로 인해 취소되는 건은 주말의 경우 1~2건에 불과하다”고 전했다.폭우와 폭설, 혹한 등 최악의 악천후가 아니면 라운드를 취소하지 않는 특유의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 경기 북부의 골프장을 찾은 한 40대 아마추어 골퍼는 “미세먼지로 라운드를 취소하자는 얘기는 서로 안 꺼내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면 산소 공급이 잘 안 돼 건강에 더 안 좋다며 마스크를 안 쓰는 친구들이 많다”고 귀띔했다.중장기적으로는 골프장도 미세먼지 파도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포근함은 일시적이지만 미세먼지는 장기적 난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호흡기가 약한 고령층 비중이 높은 국내 골프 인구 구조를 감안할 때 맑은 공기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골퍼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하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책은 없다. 이용규 스카이72 홍보실장은 “당장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임시방편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세먼지가 골프장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계속해서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