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3대 주력 업종 노사 분위기 명암
조선·자동차 노사 관계 '우울'…석유업계는 '무난'
울산 3대 주력 산업인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노사 관계가 업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조선·자동차 업계는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 반면 석유화학 업계 일부는 벌써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무난한 노사 관계가 전망된다.

현재로선 현대중공업 노사 관계에 가장 큰 긴장감이 흐른다.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과 간부 등 100여 명이 지난 6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해 2시간 부분파업을 벌이자 회사는 7일 사내소식지를 내고 "불법 파업이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회사는 경영상 판단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을 두고 노조가 파업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노조가 파업 투표를 가결했다고 하더라도 올해 단체교섭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 강행은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와 산업은행 간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이 이뤄지는 오는 8일에도 간부급이 7시간 파업하고 서울 중구 계동 현대빌딩 앞에서 항의 집회할 예정이다.

현대중 노조는 본계약 체결 이후에도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대우조선 노조)와 공동 투쟁 등을 벌일 것으로 예상해 노사 간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현대중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교섭에서 조합원 총 고용보장을 올해 말까지로 회사와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우조선 인수와 맞물려 올해 이후 고용보장을 받기 위한 투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조 관계자는 "본계약이 체결된다고 해도 인수 반대가 노조 기본 입장"이라며 "투쟁 수위 등은 상황에 따라 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선·자동차 노사 관계 '우울'…석유업계는 '무난'
현대자동차 노조도 지난 6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간부급이 참여하면서 향후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열린 집회에서 하부영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개악된 노동법이 국회에 상정되면 이달 말이나 4월 초 노조는 재논의 없이 모든 조합원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며 "광주형 일자리 등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정권과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이자 노동계 '큰 형님'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업계 기술 변화에 따라 우려되는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노사가 함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고용안정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협력 장치를 마련해 둔 상태라 노사 갈등이 의외로 잦아들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현대차 노사 내부 현안보다 노조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 논의 때문에 노사 관계가 경색될 우려가 있다.
조선·자동차 노사 관계 '우울'…석유업계는 '무난'
석유화학업계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벌써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노사는 지난달 18일 상견례 자리에서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인 1.5%에 맞춘 임금인상률을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30분 만에 마련했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87.6% 찬성으로 가결했다.

노사가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안정적인 임금 인상 체계를 만들기 위한 신뢰를 쌓아온 것과 자동차나 조선 업계처럼 빅이슈가 없었던 점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24시간 4조 3대로 돌아가는 정유업계 특성상 현재 정부와 노동계 간 갈등 중인 탄력 근로제를 놓고도 노사 마찰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한 정유업체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1인당 평소 근로시간이 다른 업종에 비교해 길지 않고 한 달가량인 정기보수 기간에만 늘어나는 업계 특성상 탄력 근로제를 적절히 활용하자는 노사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에쓰오일 등 다른 정유업체 역시 큰 갈등 없이 임단협 등이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