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일 美에 "납치문제 얘기 좀 해달라"…아베, 보좌관 미국 보내
사민당 당수, 대미의존 외교 비판…"'게타'의 눈처럼 미국 따라다녀"
2차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일본 내에서 '재팬 패싱'(일본 배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미국을 통해 납치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만 열을 올려 국내에서조차 조롱 섞인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가 북미간 비핵화 담판에 주목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무리하게 납치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려는 것으로, 일본 정치권에서는 미국에만 의존하는 아베 정권의 외교에 대해 '게타(げた·일본 나막신)에 붙은 눈' 같다는 자조적인 비판까지 나왔다.

2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소노우라 겐타로 일본 총리 보좌관을 미국에 보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자국의 관심사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다뤄줄 것을 요청하게 했다.

소노우라 보좌관은 전날(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데이비드 헤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을 만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조기 해결을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헤일 차관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핵·미사일을 포함한 북한 대량파괴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으며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경로로 미국에 자국 입장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한반도 화해 분위기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한 채 어깃장만 놓은 데다, 북한과의 대화가 답보하면서 자국내 관심사인 납치 문제마저 방치했다는 비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작년 초 한반도 화해 국면에서 '압력 강화'만을 주장하다가 일본만 혼자 흐름에서 제외돼 있다는 '재팬 패싱' 비판을 내부로부터 받았다.

이후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북일 대화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총무위원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발언하면서 미국과의 연대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납치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협력을 약속한다는 취지의 강력한 발언이 있었다"며 "계속해서 미국과 긴밀하게 연대해 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납치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베 정권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이자, 일본 내에서는 굴욕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혁신계 정당인 사민당의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당수는 이날 기자회에서 "납치 문제가 한 걸음도 진전되지 않았다"며 "(일본이) 미국의 뒤에 '게타의 눈'처럼 붙어있을 분이다.

아베 외교의 파탄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게타는 바닥의 앞뒤에 횡으로 높은 굽이 있는 일본 전통의 나막신으로, '게타의 눈'이라는 표현은 힘 있는 자에게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마타이치 당수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한 것에 대해 "세계의 웃음거리다.

그저 알랑거리는 것일 뿐이다"라면서 "스스로 했다(후보로 추천했다)는 것을 공표할 수 없는 것도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