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업체끼리 입찰 손실 책임 물을 수 없다"
현대건설이 GS건설과의 2000억원대 소송에서 먼저 웃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손동환)는 GS건설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건설 사업 입찰에서 저가 수주로 발생한 215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GS건설은 현대건설과 공동수주한 공사에서 2000억원대 손실을 봤다며 주관사인 현대건설에 손해배상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입찰 경쟁의 특성상 주관사에 저가 수주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대형 공사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공동수급자(컨소시엄) 간 분쟁에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컨소시엄 업체끼리 입찰 손실 책임 물을 수 없다"
法 “입찰금액 산정, 상반된 측면 고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2010년 한국남부발전에서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사업에 공동수급 방식으로 참여했다. 공동수급제는 주로 대규모 건설 사업에서 여러 건설사가 협력해 공사를 수주받아 시공 과정의 리스크를 분담하는 제도다. 2016년 12월부터 가동된 삼척그린파워발전소는 66만 가구가 한꺼번에 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발전소다.

사업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2011년 6월 남부발전과 공사대금 1조150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막상 공사가 시작되자 공사기간이 6개월가량 연장되고, 당초 예산의 40%가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GS건설은 “현대건설은 적자가 명백히 예상되는 저가 입찰을 해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현대건설은 법무법인 바른을, GS건설은 법무법인 화우를 선임해 대형 로펌 간 자존심 다툼도 벌였다.

법원은 현대건설 손을 들어줬다. 예상과 달리 적자가 났다고 그 책임을 공동수급체 대표사에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입찰금액을 산정하는 업무는 공동수급체가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함과 동시에 낙찰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다른 경쟁자들보다 합리적인 금액을 제시해야 하는 상반된 측면이 있다”며 “이 사건 공사가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최대 용량 규모의 공사로, 적정 예산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손해를 본 주체가 공동수급체 전체라는 점에서 GS건설이 배상을 요구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는 공동수급체 조합원의 지위에서 입은 손해이므로 조합 관계를 벗어난 개인의 지위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vs 쌍용건설 분쟁도 진행 중

건설공사의 대형화로 대부분 공사가 공동수급으로 이뤄지면서 관련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와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을 대리한 바른 측은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공사를 추진했다가 건설사 간 발생하는 비슷한 분쟁에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선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한 삼성물산과 쌍용건설의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과 쌍용건설 등은 2009년 서울 삼전동에서 석촌역을 연결하는 9호선 연장사업 공사를 공동으로 수주했다. 그러나 싱크홀 발생 등으로 삼성물산이 쌍용건설에 1098억원의 추가 비용을 청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8월 1심에선 삼성물산 측이 승소해 381억여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으로 조정에 회부됐으나 지난 22일 조정에 실패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