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교육부가 조사한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직업에 유튜버가 5위를 차지했다. 장래희망 10권 안에 유튜버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NS에서 수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경제적 가치 역시 인기 스타 못지않다. 인기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팬덤은 아이돌에 버금간다. 이들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입덕'을 부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노잼봇/사진=최혁 기자
노잼봇/사진=최혁 기자
"얼굴이 콘텐츠다", "얼굴만 봐도 재밌다"…유튜버 노잼봇(본명 조찬희)에 대한 구독자들의 반응이다.

지난해까지 노잼봇은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공시생'이었다. 지난해 3월 '같이 공부해요'라는 제목으로 7시간씩 앉아서 공부하던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말 한 마디 없이 공부만 하다가 마지막에 "함께 공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노잼봇의 인사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다.

잘생긴 외모로 꾸준히 공부까지 한다는 노잼봇의 방송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단숨에 유튜브 '실버버튼' 수여 기준인 1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영화관 팬미팅은 유명 유튜버들이 대거 소속된 CJ ENM DIA TV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9월, 경찰공무원 시험을 잠시 미뤄두고 본격적으로 유튜버로 전향한 노잼봇이다. 친구들과 만나고, 운동을 하는 일상을 공개하는 한편 구독자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면서 교감하고 있다. 또 웹드라마 '짝사랑 전세역전'에 깜짝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재능도 선보였다. 구독자 40만 명을 넘기면서 인기 유튜버 반열에 올라선 노잼봇의 진짜 목표는 무엇일까.
노잼봇/사진=최혁 기자
노잼봇/사진=최혁 기자
▲ '공시생'에서 인기 유튜버가 됐어요.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요?

길을 걷다보면 알아봐 주시기도 하시고, 영상에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 신기하고 감사해요. 제 주변사람들이 오히려 연예인 병에 걸린 것처럼 의식할 정도에요. 그런데 전 아직 '뭔가' 싶어요. 주변에선 마스크도 하고 다니라고 하는데 그러고 싶진 않아요.

▲ 의경으로 군을 전역하고 공부를 하던 학생에서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변화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런 인터뷰도 하고, 정말 다양한 새로운 것들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팬미팅이에요. 의외로 남성 분들도 많더라고요. 여성분과 남성분의 비율이 6대4 정도였던 것 같아요.

▲ 지난해 9월, 공부를 잠시 멈추겠다고 선언했어요. 전문 유튜버의 길을 걷게 된 건데요.

시험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전 대학을 가지 않았어요. 성인이 돼 의경으로 군 생활을 하고, 빨리 경찰이 되고 싶어서 시험 준비를 했어요. 그땐 무조건 어릴 때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의경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형사 분들도 '젊을 때 많은 것들을 경험하라'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경찰이 되기 전에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끼라고 하셔서, 서른 즈음까진 그렇게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공부를 하기 전에 후회없이 제가 해보고 싶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어요.

▲ 어떤 것들을 해보고 싶나요?

기타 연주하는 걸 좋아해서 고등학교때 배우기도 했어요. 팬미팅 때도 보여드렸는데, 더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관심 있는 건 여행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세계일주를 하고 싶어요. 노트북과 카메라만 있으면 세계 어딜 가든 유튜브 영상도 올릴 수 있고요.

▲ 노잼봇이란 이름에도 '재미없다'는 뜻이 담겼다던데, 주변에서 그런 반응을 듣는 편인가요?

노잼봇은 제 말투가 특이하고, 유머러스한 스타일은 아니라서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이에요. 목소리 고저가 없어서 그렇지, 전 코미디도 좋아합니다.

▲ 경찰이란 꿈을 오랫동안 꿔 왔다고 들었어요.

어릴 땐 단순히 제복이 멋있어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의경에 지원했는데, 제가 인복이 있어서였는지 함께 했던 경찰 분들이 정말 좋으셨어요.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지금도 그 꿈은 변함이 없어요. 영어나 이런 것들은 여전히 꾸준히 공부하고 있고요.

▲ 유튜버로서의 일상은 어떤가요?

저를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과 교감하고 싶어요. 그래서 어떤 것들을 궁금해 하시는지 지켜보면서 기획을 하고요. 이전엔 아버지가 촬영을 해주셨는데, 지금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촬영을 진행해요. 그래도 편집은 제가 직접 해요. 전 편집하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노잼봇/사진=최혁 기자
노잼봇/사진=최혁 기자
▲ 웹드라마에도 출연했어요.

새로운 경험이라 하게 됐어요. 그렇지만 연예인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선입견도 있었어요. 뭔가 제 뜻대로 할 수 없을 것 같고,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요. 웹드라마를 함께 하면서 친해진 분들 덕분에 고정관념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워낙 오래전부터 열심히 해오신 분들도 많고요.

▲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배우나 아이돌로 러브콜도 받았을 거 같은데요.

솔직히 미팅을 한 회사도 있긴 해요. 그런데 거기까지에요. 궁금해서 가봤어요.(웃음) 아, 이런 곳이구나. 이런 거죠. 저랑은 잘 안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어요.

▲ 이 일을 하면서 언제 가장 뿌듯하던가요?

아직은 미흡하지만 "재밌다"는 말을 들을 때, "즐거웠다"고 칭찬해주셨을 때 보람을 느껴요. 제가 지금 영상으로 남기는 것들이 현재를 기록한다는 생각도 들어서 뿌듯하기도 하고요.

▲ '얼굴이 재밌다'는 평가는 어때요?

그런 칭찬이 정말 감사하고 고맙긴 한데,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민망하다고 해야하나. 정말 감사하죠.

▲여성 팬들도 많아요. 이메일이나 SNS로 고백을 받아보진 않았나요?

그런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실제로 따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전 그렇게 인기가 많은 스타일은 아니에요. 연애도 지금까지 3번 정도 해봤어요. 마지막 연애는 많이들 알다시피 공부할 때였는데,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너무 많은 관심을 받다보니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엔 여자친구는 없어요.

▲ 유튜브를 생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수익을 얻기 위해선 꾸준히, 그리고 많이 올리라고 조언을 하는데요. 노잼봇이 영상을 올리는 패턴은 그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전 돈을 목적으로 유튜브를 하지 않아요. 제가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영상에 넣으면 그 광고 수입은 저작권 당사자에게 가요. 돈을 벌려면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죠. 전 구독자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으면 그냥 다 써요. 이게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경찰이 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경찰이 될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서 영상을 만드는 부분도 있고요.

▲ 경찰이 되기 전까지 시한부 크리에이터네요. 그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지금 받고 있는 사랑과 관심이 정말 소중하고 값진 것 같아요. 이전까지 제가 생각도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받는 것들을 돌려주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다양한 방법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사진=유튜브 노잼봇 채널
/사진=유튜브 노잼봇 채널
덧. '노잼봇'은...
공부 유튜버로 시작해 지금은 일상 공개, 요리, 운동, 노래 커버 등을 하면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유튜버 내에서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와 팬덤을 소유한 스타로 꼽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 사진 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