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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허리 잘린 채 추진된 9호선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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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길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vertigo@hankyung.com
    [취재수첩] 허리 잘린 채 추진된 9호선 연장
    서울 강동구에 사는 정상우 씨(63)는 지난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희끗한 머리카락을 전부 밀었다. 9호선 4단계 추가연장(고덕동~강일동)이 서울시 추진 사업에서 제외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씨를 비롯해 70대 노인, 30대 주부 등 5명이 삭발식을 했다. 서울 강동구와 경기 하남시 주민 200여 명은 ‘약속을 이행하라’ ‘총선 때 두고보자’라고 적힌 푯말을 들었다.

    주민들의 바람은 이틀 뒤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서울시는 20일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하며 9호선 4단계 추가연장을 ‘조건부 노선’이란 항목에 넣었다. 2021년 국토교통부가 광역철도로 지정해야 도시철도망에 노선을 반영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사실상 공을 국토부로 떠넘겼다. 국토부가 광역철도로 지정한다는 보장은 없다.

    결과적으로 9호선이 중간에서 잘린 채 추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9호선 4단계 추가연장 구간은 4단계 종점인 고덕동에서 강일동을 잇는 노선이다. 서울시가 2013년부터 검토했으나 사업성이 부족해 번번이 철도 계획에 담기지 못했다. 그런데 4단계 추가연장의 후속 구간인 9호선 하남 연장(강일동~하남 미사)은 이미 상위 철도 계획인 ‘제3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돼 있다. 허리(고덕동~강일동 구간)가 끊긴 채 양옆으로 지하철 연장을 추진한 셈이다. 후속 구간이 추진될 리 없다.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원인은 정치인들의 입김이다. 9호선 4단계 추가연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구 의원은 후속 구간인 9호선 하남 연장안을 상위 계획(국가철도망 계획)에 넣도록 만들었다.

    이날 서울시 철도망 계획 발표를 앞두고도 지역 정치인들은 분주히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14일 9호선 4단계 추가연장안이 서울시 사업에서 제외됐다는 본지 보도 이후 지역구 의원인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16일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찾아가 노선 확정을 촉구했다. 하남시가 지역구인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18일 시위 현장을 찾았다. 시·구의원 20여 명도 함께 얼굴도장을 찍었다. 강일동 주민도, 하남 주민도 정치인들의 책임없는 약속에 속은 셈이다. 희망고문에 지친 주민들의 분노가 이해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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