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 수가 19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지난달 단기실업자 증가폭도 9년여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실업자, 19년 만에 최대로 치솟고…'취포자'는 60만명 넘어서
17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장기실업자는 1년 전보다 8000명 늘어난 1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2000년(16만7000명) 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장기실업자 중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구직단념자 수도 급증했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60만5000명으로 현재 방식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최대치(각 1월 기준)를 기록했다.

구직기간이 3개월 미만인 단기실업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단기실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7만3000명 늘어난 77만6000명이었다. 2010년 2월(26만 명 증가) 후 8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정부는 그동안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던 비경제활동인구 노인들이 공공 일자리 사업에 응모하면서 통계상 단기실업자가 급증했다고 설명해왔다. 일종의 ‘통계 착시 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장·단기 실업자가 급증한 이유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요인으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 악화로 실업 상태에 있던 빈곤층 노인들까지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는 의미가 더 크다”며 “노동비용이 늘면서 노동시장이 전체적으로 악화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사업체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전국 사업체의 빈 일자리 수는 17만6958개로, 1년 전보다 3만4558개 줄었다. 빈 일자리가 전년 동기 대비 6만850개 감소한 2011년 9월 후 6년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정부의 “일자리 질은 좋아졌다”는 주장과 달리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일자리가 가파르게 감소한 점은 정부에 뼈 아픈 대목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3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 명 줄었다. 취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17만 명 감소한 2017년 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전자부품업 고용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7년부터 증가했던 전자부품업 취업자 수가 지난해 말부터 감소하면서 제조업 일자리 감소폭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