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기상 현상이기는 하지만 한자 세계에서 바람과 구름은 이미지가 강하다. 우선 구름이다. 먹구름은 흑운(黑雲)이다. 곧 비를 뿌릴 구름이다. 심하게는 전쟁을 알리는 조짐으로 쓴다. 전운(戰雲)이 그렇다. 전쟁을 암시하는 검은 구름이다. 때로는 오운(烏雲)으로도 적는다.

두둥실 정처 없이 떠다니는 구름은 부운(浮雲)이다. 그런 구름처럼 어느 한 곳에 얽매이지 않는 인생, 그런 사람 등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지나가는 구름은 행운(行雲)이고, 흐르는 물은 유수(流水)다. 둘을 한데 엮으면 행운유수(行雲流水), 즉 문장이나 말이 거침없이 이어지는 경우를 지칭한다. 구름이 가득 모이는 상황은 운집(雲集)이다. 사람이 새카맣게 몰려드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구름을 바라보며 희망과 소망을 품을 때도 있다. 청운(靑雲)이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풀면 ‘파란 구름’인데, 실제 이런 구름은 없다. 아주 높은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을 가리킨다. 이 말은 나중에 아주 높은 이상(理想)이나 지위(地位)라는 뜻을 얻었다.

여러 가지 빛깔을 담아 아름답게 비치는 구름이 채운(彩雲)이다. 노을 등에 의해 물든 구름을 가리킨다. 그런 다양한 빛깔의 구름을 오운(五雲)이라고도 한다. 보랏빛을 띤 구름은 자운(紫雲)으로 적어 상서로움을 상징한다.

이런 구름은 앞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은 풍운(風雲)이라고 적는다. 이 단어 역시 예사로운 뜻은 아니다. 앞으로 닥칠 무엇인가의 사전 모습이자 조짐이다. 아울러 곧 일어날 변화 또는 어려움도 가리킨다.

비슷한 맥락의 조어는 풍파(風波), 풍상(風霜), 풍우(風雨), 풍랑(風浪), 풍설(風雪), 풍한(風寒) 등이다. 바람에 실려 오는 구름, 비, 물결, 눈, 추위 등이다. 기상 현상의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함을 알리는 단어들이다.

올해 우리에게 닥칠 바람은 무엇이고, 그에 실려 올 다른 변수는 무엇일까. 여러모로 간단치 않을 듯하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을 다지며 선제(先制)적인 혁신을 통해 제힘을 키우는 자강(自强)이 답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