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민박 관리 스타트업 H2O호스피탈리티 이웅희 대표
무주공산 日 시장 장악
올림픽 앞둔 日, 관광객 폭증에 전문 업체의 숙박공유업만 허용하자
가사도우미 파견업체 운영 노하우로 日 숙박업소 관리시장 빠르게 장악
최종 목표는 힐튼·하얏트
'실속'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만들 것
日 신민박법이 만든 틈새시장 장악
최근 일본은 호텔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다. 당초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외국인 방문객을 2000만 명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미 2017년에 2500만 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일본 정부는 결국 지난해 6월 신민박법을 통과시켰다. 일반 빌딩이나 주택을 개조해 숙박업소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게 골자였다. 개인 자격으로 숙박공유업을 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며 정부가 인정한 관리 업체가 관리하는 업소에 한해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당초 일본 정부는 일본 최대 여행상품 판매업체인 라쿠텐 등 여행업을 하는 일본 대기업들이 관리 업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의외로 관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드물었다. 시설마다 운영 시스템이 제각각인 데다 청소, 시트 교체 등의 오프라인 업무가 상당한 탓이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투자하기엔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게 현지 대기업들의 판단이었다. 이 빈자리에 뛰어든 게 H2O였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액셀러레이터(창업 기획업체) 자비스 등을 거친 뒤 스타트업 창업자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 시작한 것은 가사도우미 사업이었다.
이 대표는 ‘와홈’ 브랜드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벌였다. 기업 사무실을 청소하고 호텔 침대시트를 교체해주는 게 핵심 사업모델이었다. 이 대표는 일본 신민박법 개정을 즈음한 2017년 1월 일본에 진출했다. 자신의 경력과 와홈을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쏟아부을 수 있는 시장이 일본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무주공산이던 일본 숙박업소 관리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지난해엔 라쿠텐의 자회사 라쿠텐 라이플스테이와 단독계약을 맺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라쿠텐 라이플스테이는 일본 전역에 3800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H2O는 올해 라쿠텐 보유 객실 중 1800실을 대신 운영하며 점차 운영 객실 수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민박업체 관리용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우리 외에도 많지만 청소 등 오프라인 업무까지 함께 맡을 수 있는 업체는 흔치 않다”고 했다. 그는 “서비스 수준, 가격 경쟁력 등에서 경쟁자들을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오프라인 사업으로 쌓은 노하우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호텔 사업의 본질 바꿀 것”
H2O의 사업모델은 자사 브랜드 사용 여부, 수익 분배 방식 등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라쿠텐 라이플스테이처럼 주인이 따로 있는 민박이나 호텔을 관리만 하기도 하고, 건물 전체를 통으로 빌려 ‘H2O’ 브랜드를 붙이기도 한다. 객실 예약 판매는 라쿠텐이나 야놀자 등 외부 업체에 위탁한다.
2월 기준으로 이 회사가 일본 내에서 관리 중인 객실은 1569실. 이 중 H2O 브랜드가 붙은 객실은 452실이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 말이면 관리하는 객실 숫자가 2500실을 넘어선다”며 “한국에서 신라스테이가 보유한 객실 규모를 넘어서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H2O 관리 객실의 가동률은 95% 선이다. 75% 선인 에어비앤비를 앞서고 있다. 일본 비즈니스호텔에서 보기 힘든 넓은 면적의 가족 객실이 많아서다. 민박임에도 불구하고 호텔급 서비스가 가능한 것도 H2O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오사카에 있는 30㎡ 크기의 객실 월세가 9만~12만엔”이라며 “이를 개조해 숙박시설로 바꾸면 1박에 1만5000엔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부동산 소유주들을 설득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목표는 ‘숙박업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일본에서 H2O 브랜드가 붙은 호텔엔 ‘하우스 키핑(청소·시설관리)’ 부서가 없다. 외부에 아웃소싱이 가능한 영역을 굳이 호텔 내로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체크인을 하는 ‘프런트 데스크’엔 태블릿 PC만 비치돼 있다. 신분증만 촬영하면 체크인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힐튼이나 하얏트는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만 신경 쓰지 투숙객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가치를 등한시한다”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투숙객을 겨냥한 글로벌 숙박업 브랜드를 구축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