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 수급의 한 축인 자산운용사(투자신탁)가 ‘KODEX 200’ 등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를 팔고 개별 종목을 담고 있다. 지수 반등이 마무리되고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외국인은 지수 ETF를 계속 매수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지수ETF 파는 투신, 계속 사는 外人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신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약 2주간 KODEX 200 ETF를 1697억원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이다. ‘KODEX 코스닥 150’도 947억원으로 이 기간 투신 순매도 상위 3위에 올랐다.

연초 가팔랐던 지수 반등은 끝났다는 판단에 따라 개별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시장이 급반등하면서 MSCI 기준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 시가총액/순이익)이 작년 말 8.15배에서 9.89배로 상승했다”며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수 레벨만 보면 고점 대비 17% 하락한 지난해 10월과 비슷하지만 상장사 이익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는 까닭에 ‘실적 대비 주가’는 그다지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179조원대로 3개월 새 19% 하락했다”며 “이를 반영한 코스피지수 PER은 2006년 이후 평균보다 높아 더 이상 한국 증시가 싸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종목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낮아진 실적 눈높이, 불안한 유럽 경제, 다음달 미·중 무역협상 마감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으로 추가적인 지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부터는 철저한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같은 업종 안에서도 실적에 따라 극심한 종목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신은 그동안 많이 오른 지수 ETF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차익 실현하고, 하나금융지주(327억원) 현대모비스(243억원) 삼성전기(218억원) 등을 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현대모비스는 작년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웃돌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KODEX 200과 TIGER 200을 각각 1812억원과 1152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1조5487억원)와 SK하이닉스(4274억원)에 이어 순매수 3위와 4위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산배분 차원에서 신흥국 증시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200 ETF가 순자산가치(NAV)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점도 외국인의 순매수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