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댓글 조작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댓글 조작을 직접 실행한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는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자 관계를 넘어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도움을 주고받은 ‘특별한 협력 관계’였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法 “김경수 승인으로 ‘킹크랩’ 개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30일 김 지사의 선고 공판에서 “드루킹 김동원 씨가 김 지사에게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한 후 김 지사의 승인·동의를 받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드루킹과 9971만여 회에 달하는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의 공범이자 선거 운동 대가로 공직을 거래한 유착 관계에 있다고 봤다.

법원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아지트인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아 킹크랩 초기 버전의 시연을 본 뒤 프로그램 개발을 동의 내지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연을 본 이후 킹크랩 개발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며 “통신비와 인건비 등 거액이 들어가는 작업을 피고인의 허락 없이 경공모가 자발적으로 했다고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이 서로 말을 맞췄다며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지사와 드루킹이 텔레그램과 시그널 등을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도 유죄 판단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김씨는 김 지사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온라인 정보 보고’를 전송했다. 재판부는 “제때 확인하지도 않는데 1년6개월 동안 매일 수백 건을 정리해 지속적으로 전송했다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경수 “끝까지 싸우겠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는 대가로 드루킹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부정한 방법으로 여론을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배격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며 “그런데도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공직까지 거래 대상으로 삼아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실형 선고 직후 김 지사는 판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듯 얼굴과 귀가 시뻘게진 채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끝까지 싸우겠습니다”고 말하며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허 특검은 “국민이 부여한 진상 규명이란 업무를 공적으로 인정받은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신연수/이인혁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