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이 편의점 현장 직접 와서 봤다면 이런 정책 안 폈을 것"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의 한 웨딩홀. 국내 한 편의점 브랜드의 수도권점주협의회 총회가 열린 이날 300여 명에 달하는 점주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회의장은 정부를 향한 성토장이 됐다. 최대 이슈는 최근 편의점 경영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는 ‘주휴수당’과 ‘최저임금 인상’. 협의회 집행부가 “정부에서 (편의점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주휴수당 폐지와 최저임금 인상 유예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자 곳곳에서 점주들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광진구의 한 점주는 “청와대 사람들이 가게에 한번이라도 와서 돌아가는 사정을 봤다면 이런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靑이 편의점 현장 직접 와서 봤다면 이런 정책 안 폈을 것"
“청와대가 현장에 직접 한번 와보라”

이날 협의회에서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한 협의회 지역장 이모씨(37)에 대한 징계안이 ‘솜방망이’라는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장으로서 형편이 어려운 편의점주들을 대변하기는커녕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수 있느냐는 것. 이씨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도 참석해 비슷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점주들은 이에 대해 “국회든 정부든 듣고 싶은 의견만 들으니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주 15시간 이상, 5일 근무하면 하루 유급 수당을 주도록 한 주휴수당을 점주들이 ‘알바 쪼개기’로 대응하고 있다는 식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는 항변도 나왔다. 마포구에서 왔다는 한 점주는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줄이면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알바의 빈자리를 수시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주휴수당을 주고 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도 “일부 알바 쪼개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관리해야 할 알바생들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허튼짓을 하지 않는지) 항상 폐쇄회로TV(CCTV)로 감시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알바와 점주 간 갈등을 부추겨서 얻을 게 무엇이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실제로 네이버 밴드와 한 알바 사이트에는 “일단 주휴수당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후 한두 달 뒤 그만두고 그때 가서 신고하면 된다”는 식의 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광진구의 한 점주는 “넉 달 전 그만 둔 알바생이 석 달 만에 찾아와 6개월치 주휴수당을 요구하더라”며 “두 달 전 그만둔 알바생이 부추겨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알바 청년의 몫

이 같은 일선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알바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20~30대 청년들의 고통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바천국에 따르면 2017년 90만9627건에 달했던 편의점 채용공고 수가 지난해 67만7909건으로 급감했다. 대학 방학 시즌이라 알바를 하려는 구직자가 많다 보니 알바마저도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육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 지역 전문대에 다니는 김호재 씨(24)는 “30군데 지원을 해봐도 ‘대학생은 금방 그만두니 안 뽑는다’며 면접 한번 보기조차 어렵다”며 “경력무관이라고 돼 있어서 갔는데 정작 1년 미만 경력자는 뽑지 않는다고 해서 헛걸음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과거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알바 구직자에 대한 ‘평판 조회’까지 등장했다. 송파구의 한 점주는 “다른 매장에서 전화가 와서 알바 지원자의 근태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워낙 다들 경력자 위주로만 알바를 뽑으려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점주들이 최근 구직자들로부터 지원서를 받을 때 대부분 전 근무지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채용 리스크가 커지다 보니 근무 태도가 우수한 경력자 위주로 뽑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점주들로 구성된 네이버 밴드와 오픈카톡방 등에서 소위 ‘일 잘하는 알바’에 대한 정보 공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모범 알바생의 전화번호를 받아 점주들과 공유하고, 알바가 필요한 점주 측에서 먼저 연락하기도 한다. 서초구의 한 점주는 “우수 알바에게는 명절 수당을 챙겨주거나 이벤트로 싸게 나온 상품의 구입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