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권의 호모글로벌리스 (13)]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청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
베르나르 퐁트넬은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작가다. 그는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100세까지 사는 장수를 누렸다. 어느 날 같은 연배의 친구가 푸념했다. “아무래도 죽음이 우리를 잊은 것 같아.” 퐁트넬이 즉시 대꾸했다. “쉿! 쉿! 누가 들을라.”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7년 현재 40세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6년이다. 지난 50년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무려 28년이나 늘었다. 최근 5년간 100세 이상 인구가 2배 이상 증가해 3500명을 넘었고, 2030년에는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유엔이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지칭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류의 수명 증가는 세계적 현상이다. 이에 따라 노인의 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정한 것은 1890년대 독일의 비스마르크였다. 당시 평균수명은 40세였다. 1950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65세를 고령 기준으로 설정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전반적으로 통용됐다.
2015년 유엔은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노년 기준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인생을 미성년자(0~17세), 청년(18~65세), 중년(66~79세), 노년(80~99세), 장수노인(100세 이상)의 5단계로 구분한 새 제안을 내놓았다. 이 기준에 의하면 65세는 청년에 해당한다. 노인의 연령 기준은 연금, 복지, 육체 노동자의 가동연한 등을 정하는 데 표준이 되는 중요한 문제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금 수급이 개시되는 노년 기준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노인 연령기준도 높이는 추세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등은 기준 연령을 67세 이후로 늦추고 이를 연금제도와 연동하고 있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은 노인 기준 연령을 75세로 상향하는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은퇴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늦춰나가고 있다. 호주도 연금 수령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2035년 70세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이탈리아와 덴마크는 연금 수령 연령을 기대수명 증가와 연계하는 자동 조정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노동시장에서 고령자 차별을 금지한 ‘연령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영국은 65세 정년 조항을 아예 폐지했다. 한국도 복지 부담 및 인구절벽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머지않아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도 이런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연장되는 수명을 즐기기 위해서는 건강과 돈이 중요하다. 질병과 가난을 동반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최악이라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00세 인생을 준비하려면 돈과 건강 이외의 무형자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정, 긍정적인 가족관계,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유연성, 다양한 네트워크 접근 능력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는 큰 자산이 된다.
평생학습도 필요하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마르쿠스 카토는 80세가 됐을 때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의 평균수명으로 치면 100세가 훨씬 넘었을 때다. 친구들이 이유를 묻자 그가 대답했다. “오늘이 내게 남은 날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 시작했네.”
생에 대한 이상과 열정 가져야
작년 11월 초 69세의 한 네덜란드 남성이 나이 변경 소송을 냈다.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젊음을 고려해 49세로 바꿔 달라는 것. 그는 나이로 인해 직업이나 이성교제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이름과 성별처럼 나이도 자신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승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삶의 일부를 삭제하면 더 많은 법적·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통해 젊음을 증명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인생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다. 미켈란젤로는 88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기 며칠 전까지도 정과 끌을 가지고 론다니니의 피에타 제작에 매달렸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은 82세 때였다. 피카소는 92년의 생애 동안 3만 점이 넘는 예술작품을 창조했다.
“어떤 이도 단지 세월만 보냈다고 늙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이상을 포기할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이 식으면 영혼이 주름진다.” 70세 때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평소 애송하던 새뮤얼 울먼의 시 ‘청춘’의 한 구절이다. 생에 대한 이상과 열정이 식지 않는 한 우리는 생활연령에 상관없이 청춘이다.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7년 현재 40세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6년이다. 지난 50년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무려 28년이나 늘었다. 최근 5년간 100세 이상 인구가 2배 이상 증가해 3500명을 넘었고, 2030년에는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유엔이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지칭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류의 수명 증가는 세계적 현상이다. 이에 따라 노인의 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정한 것은 1890년대 독일의 비스마르크였다. 당시 평균수명은 40세였다. 1950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65세를 고령 기준으로 설정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전반적으로 통용됐다.
2015년 유엔은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노년 기준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인생을 미성년자(0~17세), 청년(18~65세), 중년(66~79세), 노년(80~99세), 장수노인(100세 이상)의 5단계로 구분한 새 제안을 내놓았다. 이 기준에 의하면 65세는 청년에 해당한다. 노인의 연령 기준은 연금, 복지, 육체 노동자의 가동연한 등을 정하는 데 표준이 되는 중요한 문제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금 수급이 개시되는 노년 기준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노인 연령기준도 높이는 추세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등은 기준 연령을 67세 이후로 늦추고 이를 연금제도와 연동하고 있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은 노인 기준 연령을 75세로 상향하는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은퇴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늦춰나가고 있다. 호주도 연금 수령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2035년 70세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이탈리아와 덴마크는 연금 수령 연령을 기대수명 증가와 연계하는 자동 조정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노동시장에서 고령자 차별을 금지한 ‘연령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영국은 65세 정년 조항을 아예 폐지했다. 한국도 복지 부담 및 인구절벽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머지않아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도 이런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연장되는 수명을 즐기기 위해서는 건강과 돈이 중요하다. 질병과 가난을 동반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최악이라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00세 인생을 준비하려면 돈과 건강 이외의 무형자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정, 긍정적인 가족관계,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유연성, 다양한 네트워크 접근 능력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는 큰 자산이 된다.
평생학습도 필요하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마르쿠스 카토는 80세가 됐을 때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의 평균수명으로 치면 100세가 훨씬 넘었을 때다. 친구들이 이유를 묻자 그가 대답했다. “오늘이 내게 남은 날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 시작했네.”
생에 대한 이상과 열정 가져야
작년 11월 초 69세의 한 네덜란드 남성이 나이 변경 소송을 냈다.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젊음을 고려해 49세로 바꿔 달라는 것. 그는 나이로 인해 직업이나 이성교제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이름과 성별처럼 나이도 자신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승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삶의 일부를 삭제하면 더 많은 법적·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통해 젊음을 증명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인생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다. 미켈란젤로는 88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기 며칠 전까지도 정과 끌을 가지고 론다니니의 피에타 제작에 매달렸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은 82세 때였다. 피카소는 92년의 생애 동안 3만 점이 넘는 예술작품을 창조했다.
“어떤 이도 단지 세월만 보냈다고 늙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이상을 포기할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이 식으면 영혼이 주름진다.” 70세 때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평소 애송하던 새뮤얼 울먼의 시 ‘청춘’의 한 구절이다. 생에 대한 이상과 열정이 식지 않는 한 우리는 생활연령에 상관없이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