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들이 단기자금 운용을 위해 발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에 대한 유동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급성장하고 있는 RP 시장의 위험 요인을 사전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지만, 관련 금융회사들은 채권운용 수익률이 하락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매도하는 하루짜리(익일물) RP 잔액의 최대 30%에 대해 증거금으로 현금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RP 익일물에 대한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RP의 만기를 1일이 아니라 2일 이상의 기일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익일물 RP매도 잔액의 30%, 2~5일물은 15%, 6일물 이상에는 0%의 증거금을 보유하도록 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RP로 자금을 조달하는 채권형 헤지펀드의 운용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한다. 경기가 불안해지고 시중금리가 올라가면서 수개월~1년짜리 단기 자금을 맡기려는 기관과 개인자산가들이 몰려 최근 2년 새 급성장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인하우스 헤지펀드) 인가를 받은 신한금융투자, 교보증권, IBK증권 등이 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투자자의 돈을 모아 국공채, 우량등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매수한다. 이를 담보로 RP 시장에서 최대 400%의 자금을 빌려 수익률을 높이는 ‘레버리지’ 전략을 쓴다. 이들이 매도하는 RP의 90%가 다음날 상환해야 하는 익일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RP 익일물이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 단기 충격이 발생하면 RP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발을 빼고 금융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규제가 시행되면 채권형 헤지펀드 시장 자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가령 1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는 RP 매도로 조달한 400억원을 더해 총 500억원을 투자한다. 규제가 시행되면 120억원을 제외한 380억원만 투자할 수 있게 되고, 2~3%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채권형 펀드들의 수익률은 1%포인트가량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조달 여력이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그나마 담보가 있던 RP 시장에서 이탈해 담보가 없는 전단채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환매조건부채권(RP)

금융회사들이 보유 중인 국공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추후 되살 것을 약정하고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1~2%대로 매우 낮아 단기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발행한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