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단독(다가구)주택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리면서 상당수 중산층은 세금에 더해 건강보험료 폭탄까지 맞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퇴 후 정기적인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보유한 경우에도 건보료가 올해 대비 20% 이상 오르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8일 건강보험공단의 지역가입자 건보료 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서울 주요 지역 단독(다가구)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건보료 인상폭을 분석한 결과다.
소득 없고 집 한 채뿐인 은퇴자도 건보료 20% 이상 오를 듯
건보료 20% 이상 급등 수두룩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가입자의 소득, 재산, 자동차에 점수를 매긴 뒤 점수당 일정 금액(2019년 기준 189.7원)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소득이나 재산이 늘면 건보료가 인상되는 구조다. 올해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건보료 조정은 11월 이뤄져 다음 1년간 적용된다.

서울 한남동 단독주택(대지면적 331㎡)은 공시가격이 16억3000만원에서 29억6000만원으로 오르면서 이 집을 소유한 지역가입자 건보료가 1년 새 월 24만1940원에서 30만3690원으로 25.5%(6만1750원)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따지면 추가 부담액이 74만1000원에 달하는 셈이다. 은퇴한 뒤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 소득에 대한 보험료는 최저보험료(1만3550원)를 내는 경우를 가정해서다.

작년 기준 공시가격 5억원대 규모의 단독주택에서도 건보료가 20% 이상 오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연남동 단독주택(193㎡)은 공시가격이 5억2300만원에서 10억4000만원으로 오르면서 건보료가 월 17만2980원에서 20만9010원으로 20.8%(3만6030원) 인상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연간 추가 부담액은 43만2360원에 달한다.

지방에선 30% 이상 폭등도

서울 외 일부 지역에선 건보료 인상률이 30%를 훌쩍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 30% 인상 시 인천(38.5%), 대전(37.0%), 부산(36.2%), 광주(32.3%), 대구(31.9%) 등의 지역가입자 평균 건보료는 30% 넘게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보다 집값 상승률이 낮은 지방의 건보료 인상폭이 더 큰 것은 산정 방식 때문이다. 정부는 재산 규모별 60등급으로 나눈 뒤 해당 점수에 건보료를 매기는데, 재산이 적을수록 등급 간 금액 차이가 촘촘하고 많을수록 등급 간 금액 차이가 커진다.

이에 따라 집값이 싼 지역에선 공시가격이 오르면 등급이 급상승하지만 집값이 비싼 지역에선 공시가격이 올라도 등급이 한두 단계 상승하는 데 그친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다만 공시가격이 30% 올라도 전체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평균 인상액은 최대 월 2만7000원(연간 32만4000원)이라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문재인 케어’까지 이중 부담

여기에 더해 건보 보장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따라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과 점수당 금액도 매년 올라간다. 올해는 점수당 189.7원으로, 작년(183.3원) 대비 3.49% 인상됐다. 정부는 앞으로 매년 3.2% 안팎 인상할 계획이다. 공시가격 인상과 함께 ‘이중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건보료 인상 여부와 인상 수준은 가입자의 소득, 재산 규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올해 11월 건보료가 폭등하고 난 뒤에야 분석하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급급해 부작용은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복지부 등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