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킹스맨·히든 피겨스…영화 속 과학 이야기
영화 ‘킹스맨’에서 정보기술(IT) 천재인 악당 발렌타인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인간들을 제거하는 길밖에 없다고 보고 무료 유심칩을 나눠준다. 사람들은 기분 좋게 자신의 휴대폰에 장착하지만 사실 그 칩은 인간의 뇌파를 조종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도록 이끈다. 영화는 선의로 출발해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을 통해 과학의 양면성을 고발한다.

또한 아무런 경계심 없이 무료 칩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통해 소위 ‘IT 매너’가 부족한 점도 꼬집는다. 현대인은 IT기기를 절제하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애플은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한 ‘디지털헬스’ 기능을 선보였다. 이용자에게 매주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분석한 통계치를 보여줘 스스로 사용을 통제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이다. 구글도 중독 예방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PF’를 개발했다.

《필즈 온 사이언스》는 물리학자가 영화 속에 담긴 과학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고찰한 책이다. ‘킹스맨’ ‘히든 피겨스’ ‘위대한 쇼맨’ ‘미션 임파서블’ ‘아이 필 프리티’ ‘스포트라이트’ ‘세렌디피티’ ‘퐁네프의 연인들’ ‘다빈치코드’ 등 9편의 영화가 대상이다.

저자는 과학적 지식과 정보 외에 과학을 통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넓게 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인문학과 과학을 촘촘히 엮어 새로운 변이를 일으키는 공감과 융합의 현장을 보여준다. 필즈 온(feels-on) 사이언스는 과학이 삶 깊숙이 스며들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음을 뜻한다. (조숙경 지음,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188쪽, 1만3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