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연암·다산에게서 찾은 古典의 참된 가치
인문학을 구원투수처럼 여기고 고전을 다루는 인문학 콘텐츠가 도처에 넘쳐나는 ‘인문학의 시대’다. 고전과 한시를 풀어 써 인문학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되레 이런 ‘고전만능주의’ 사회를 우려한다. 고전을 맹신할수록 고전이 지닌 참된 가치가 주목받기보단 고전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고전의 본질을 비추기 위해 지난 10년간 다양한 사람과 고전을 접하며 느낀 바를 《체수유병집》에 모았다. ‘추수하고 남은 이삭’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저자는 일상 속 사유의 흔적을 알뜰히 모은다. “한국 사람들은 왜 김치를 좋아해요?”, “한국 대학생들은 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요?”라는 대만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며 저자는 문화가 가진 힘을 떠올린다. 수업시간 학생들과 함께 정약용이 제자에게 남긴 글을 읽은 경험은 정약용의 사상을 넘어 교육학과 심리학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특히 정약용과 박지원의 정신에 주목한다. 정약용은 폐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던 18년의 귀양생활 동안 500권에 가까운 책을 썼다. 박지원은 답답한 조선을 벗어나 열하로 가는 길에 드넓은 요동벌판을 보고 ‘한바탕 울 만한 곳’이라고 말한다. 넓은 세상을 보고 온 소회는 《열하일기》의 풍자와 해학 속에 날카로운 칼처럼 숨어 있다. 정약용을 귀양 보냈던 당파 싸움과 박지원을 흔들었던 급박한 국제 정세는 지금도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저자는 반복되는 역사와 인간의 삶에서 수단이 아닌 본질로서 고전의 역할을 논한다. (정민 지음, 김영사, 264쪽, 1만3800원)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