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 금지 범위 좁다는 지적엔 "과잉금지 원칙 따라 최소한으로 설정"
노동부 "김용균법, 원청 책임 강화…위험의 외주화 줄 것"
고용노동부는 2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으로 원청 사업주(도급인)의 안전보건 책임을 확대해 '위험의 외주화'를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노동부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개정 산안법 설명 자료에서 "업무를 외주화하더라도 안전 조치 및 보건 조치에 대해서는 도급인이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 방식만으로도 위험의 외주화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 산안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했다.

도급인의 책임 범위도 현행 '화재·폭발·붕괴 등 위험이 있는 22개 위험 장소'에서 '도급인 사업장 전체'와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고(故)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도 도급인의 책임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노동부는 "도급인도 해당 사업을 총괄해 운영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업주로, 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위험에 대해서는 직접 산재 예방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개정 산안법이 원청 사업주의 책임 범위를 확대했지만, 하청 노동자의 위험 작업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 의무는 제외하는 등 원청 사업주의 권한 범위 안에서 안전보건 의무를 부여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개정 산안법은 도금과 수은·납·카드뮴 제련 등 직업병 발생 위험이 큰 일부 유해·위험 작업은 도급 자체를 금지했다.

노동부는 이들 작업을 도급 금지 대상으로 한 데 대해 "화학물질 잠복기로 인해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데 수급인이 변경되는 경우 해당 작업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관찰·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급 금지 범위가 너무 좁아 2016년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 철도·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작업 등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도급 금지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은 원청 기준으로 19곳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도급은 민법에서 보장한 계약의 유형이므로 과잉금지 원칙에 맞게 금지 범위를 필요 최소한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고 다양한 작업에서 도급을 금지하더라도 안전보건이 저절로 확보되지는 않으므로 도급 금지만이 적정한 수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도급 금지 대상 작업도 일시·간헐적 작업일 경우 예외를 허용한 데 대해 노동부는 "작업 수요가 주기적이지 못하거나 예측 불가능해 상시 인원을 두기 어려운 작업, 전문인력 채용에 시간이 소요돼 작업 시기를 놓칠 경우 노동자 위험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작업에 대해서만 사내도급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 산안법의 도급인 책임 강화와 유해·위험 작업 도급 금지 관련 조항은 공포 이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관련 시행령 등을 만들어 오는 3월쯤 입법예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정 산안법은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사고가 5년 내 2번 이상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노동계가 요구해온 하한형을 도입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법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자 사망시 징역형의 하한을 설정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업주에 대한 과잉 제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 산안법이 필요한 경우 사업장 전체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게 '과잉행정 조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장소 주변으로 산재가 확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등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