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단계를 넘어 시장에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면서 시장을 왜곡하고 민간을 구축(驅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서울시가 주도하는 수수료 0%대의 지급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서울페이)다. 지난 12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 제로페이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판매자(매장)의 QR코드를 찍으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결제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체 수수료는 은행이 부담하고, 플랫폼 이용료는 간편결제 사업자가 내도록 해 수수료를 0%대로 낮췄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서울페이에 은행과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하긴 하지만 본질은 지방자치단체가 출시한 공공상품과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구조 자체를 서울시가 짠 데다 가맹점 모집도 서울시가 공무원을 동원해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자체가 나서면서 민간 사업자인 카드회사가 배제되고 카드사는 ‘QR동맹’을 맺어 서울시와 경쟁을 벌이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비씨·롯데카드 등은 간편결제용 QR코드를 공동으로 생성해 2019년 1월부터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 때 출범한 알뜰주유소도 정부가 시장에 사실상 플레이어로 직접 개입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에서 알뜰주유소가 시작됐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싸게 공급받고 부대 서비스를 없애 기름값을 낮췄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알뜰주유소가 폐업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민간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역할과 환경을 조성해주고 뒷받침해줘야지 정부가 시장 플레이어로 뛰어선 안 된다”며 “축구에서 감독이 선수로 뛰면 이긴다고 착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