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2019년 경제 화두는 일자리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일자리다.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계수단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꿈을 실현하는 토대가 된다. 일자리가 있어야 개인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정부의 존재 이유 중 첫째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5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까닭이다.

안타깝게도 작년 고용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추웠다. 취업자는 기대한 만큼 늘지 않았고, 실업자는 100만 명을 오르내리며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특히 음식점, 숙박업, 소매점, 건설업 등 취약계층 일자리가 주로 감소하다 보니 서민 고통이 컸다. 소득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고, 상류층과의 격차도 벌어졌다. 대표적인 소득분배지표 중 하나인 5분위 배율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신문에는 ‘일자리 창출’ 대신 ‘고용 참사’라는 기사가 일상적으로 나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세계 경기 탓은 아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무역분쟁 등의 불안 요인이 있긴 했지만 지난해 세계 경제는 나쁘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성장률은 예상치보다 높았으며, 고용 시장에는 훈풍이 불었다. 작년 말 미국의 실업률은 3.7%로 49년 만에, 일본의 실업률은 2.3%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구직자들이 직장을 골라갈 정도였다고 하니 이만저만 부러운 것이 아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이런 흐름을 탔다면 우리도 일자리 호황이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 문제다.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인해 성장 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2017년과 2018년 세계 경제가 각각 3.7%씩 성장할 때 우린 3.1%, 2.7% 성장했다. 평균 이하인 셈이다. 앞으로 이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전망이다. 이러니 일자리가 늘기 어렵다. 핵심은 기업에 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평범하지만 정석이다. 기업이 투자해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하고, 큰 기업이 많아질수록 국민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늘어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이미 보여줬지 않은가. 그들의 비결은 하나다. 과감하게 세금을 내리고, 규제를 풀고,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썼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갔다.

이런 환경에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자리도 늘어나기 어렵다. 이미 기업들 발길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는 3017억달러인데, 국내에 들어온 투자는 1005억달러에 불과했다. 무려 세 배가 넘는 투자 역조다. 좋은 투자처로서 한국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가 족히 150만 개는 넘을 듯하다. 기업들의 발길을 돌리지 않고,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길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다행히 지난해 말 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를 앞세웠다. 그중 첫 번째 세부 정책 과제가 ‘기업투자 활성화’였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환영할 만하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난관도 많을 것이다.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반(反)기업 정서, 기업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 투기자본에만 유리한 기업 지배구조 규제, 생계형 적합업종이나 협력이익공유제와 같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 경직적인 노사문화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부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국민 응원도 필요하다.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면 기업들은 스스로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발길을 돌릴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남은 물론이다.

종종 국내외 기업인들이 필자에게 묻곤 한다. 세율이 낮은 것도 아니고, 규제가 적은 것도 아니고, 인건비가 싼 것도 아니고, 노사 협력이 잘되는 것도 아닌데, 왜 한국에 투자해야 되냐고. 이럴 때마다 말문이 막힌다. 2019년 경제팀에 간곡히 부탁한다. 부디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만들어 달라고.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모든 수단을 다해달라고. 그래서 올해엔 일자리가 넘쳐나 국민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는 기사가 나오길 소망해 본다.